'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부동산값이 고개를 숙여 서민들은 한시름 놓게 됐다. 노동시간 역시 구미국가 수준으로 줄어 들었다. 그러나…' 새해 첫날 신문은 밝은 뉴스가 더 많게 마련이다. 사건 사고 등 가슴이 답답하고 마음이 무거워지는 기사는 뒷면으로 돌리고,밝은 청사진을 앞면에 내세우는 것이 신문들의 일반적인 특징이다. 하지만 올해 일본신문들의 지면은 예년과 달랐다. 용솟음치는 희망과 후끈거리는 도전의지는 어디론가 숨고,반성과 회한이 앞자리를 차지했다. 여기에 더해 '이대로는 정말 안된다'며 일본병 치유를 더 늦출 수 없다는 각오가 지면을 뒤덮었다. 신문들은 일본경제의 몰락을 재촉하는 세가지 고질병으로 △입으로만 개혁을 외쳐대는 책임회피 △정치가와 관료들의 위기의식 부재 및 △새로운 싹이 자라지 못하도록 잘라내 버리는 사회적 경직성을 들고 있다. 그리고 이같은 낡은 시스템을 그대로 놔둔 채 요행만 바란다면 밝은 내일은 없다고 경고하고 있다. 신문들은 역대 정권마다 개혁을 외치며 '심의회 설치'를 특효약으로 써 먹었지만,알맹이는 '조정'이라는 이름 아래 정경유착의 희생물이 되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집값 안정과 고물가 시정,그리고 노동시간 단축이 이상향 국가를 건설하는 잣대로 제시돼 왔지만,나타난 결과는 성장의 과실이 아니라 경제를 뒤덮은 버블이 빠진 덕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금융위기와 디플레 수렁에 발목잡힌 일본이 세계의 동정거리가 됐다며 일본 때리기에 앞장섰던 미국 기업인들도 이제는 부활을 바랄 정도라고 씁쓸해 했다. 언론이 지적한 세가지 고질병의 사슬을 끊고 일본이 건강한 새 모습을 찾을 수 있을지 여부는 미지수다. 경제 전반에 호재보다 악재가 많은 상황을 감안하면 병이 더 깊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한국의 입장에서 볼 때 일본의 악전고투는 단순한 역벤치마킹 교과서만이 아니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대변화의 수술이 시작될 한국으로서는 일본의 전철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일본병 백신 개발에 한층 힘을 쏟아야 하기 때문이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