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미년 첫날인 1월1일 저녁 7시40분. 인천공항. 중국 해남도행 대한항공 비행기는 단체.가족단위 관광객으로 북적였다. 탑승률 98%. 대한항공 이종욱 차장은 "주말은 물론 하루 쉬는 공휴일에도 중국으로 떠나는 사람들로 빈자리가 거의 없다"고 전했다. 이날 아시아나항공 베이징행 비행기도 휴일인데 주로 비즈니스 맨들이 좌석을 메워 탑승률 83%를 기록했다. 반면 이날 저녁 6시40분 도쿄로 떠나는 대한항공 여객기는 좌석의 절반을 겨우 채웠다. 중국 노선을 제외하곤 양 항공사 대부분의 국제선 탑승률이 70%대에 머물러 중국 특수를 실감나게 했다. 한~중국 한~대만 등 중화(中華)권 '스카이 마켓'이 폭발적인 신장세를 보이며 세계 항공시장의 신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무역협회 김극수 무역연구소 동향분석팀장은 "중화권 항공수송 실적(승객 및 화물)은 최근 3년새 해마다 30%씩 증가해 연평균 20% 안팎으로 늘어나는 한.중 교역량을 크게 앞지르고 있다"고 말했다. 한.중 항공수요의 폭발에 힘입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는 올해 베이징 상하이 등 중국 각 지방에 주 1백33회 운항한다. 이는 2000년의 71회에 비해 불과 3년만에 87%나 급증한 것이다. 대한항공 최준집 상무는 "한~중 노선은 시장성장 면에선 단연 세계 최고"라고 말했다. 작년 1∼11월까지 한국발 중국행 항공기 이용객(인천, 김포공항 합계)은 2001년 같은 기간보다 31% 늘어난 3백10여만명이었다. 일본과 유럽행 승객은 이 기간중 각각 3.5%와 16.8% 늘어나는데 그쳤다. 특히 9.11테러 여파로 승객이 4% 가량 감소한 미주 노선과는 큰 대조를 보였다. 중국을 포함한 외국항공사의 중국발 한국행 항공기 운항횟수도 지난해 1백40회로 2000년의 72회에 비해 갑절로 늘었다. 중국 노선의 지난해 화물수송량도 2001년과 비교해 31%나 늘어났다. 일본(1.4%) 유럽(11.5%) 등 다른 국제선에 비해 압도적인 신장세다. 작년말 한~대만간 10년만의 복항도 '한~중화권' 항공시장의 대호황에 힘입은 것이다. 대만은 지난 92년 한.중 수교에 항의해 한국 항공사들의 대만 운항을 금지시켰다. 하지만 대만인들의 한국관광 수요가 해마다 급증하자 대만 정부는 복항교섭에 나섰다. 건설교통부 박종흠 국제항공과장은 "한국은 대만의 푸싱(復興)항공에 타이베이∼양양 노선을 허가한데 이어 위안둥(遠東)항공에 타이베이∼제주, 중화(中華)항공에 타이베이∼서울노선 운항을 허가했다"며 "그 대신 대만측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대만 운항을 허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건교부 강영일 항공정책심의관은 "중국 본토에 이어 대만 싱가포르 홍콩 등의 항공 수요도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경제성장이 빠르고 시장 기반(승객)이 워낙 두텁기 때문에 한국의 항공분야 중화권 의존도는 무역 등 분야에 비해 월등히 빠른 속도로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성원 기자 anim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