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행정조직 이렇게 바꾸자] (3) 부처간 업무조정기능 강화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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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25일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보건복지부 차관과 과학기술부 차관이 만났다.
이들은 생명윤리법 중 체세포복제연구 금지조항을 원안대로 유지할지를 논의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2년여를 끌어온 생명윤리법의 연내 입법이 무산되는 순간이었다.
복제인간 탄생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인간복제 연구를 규제하는 법을 만드는데 실패한 것이다.
이같은 상황은 지난해초 과기부와 복지부가 동시에 생명윤리법 제정을 추진하면서부터 이미 예고됐다.
지난 연말 두 부처에 대한 감사원의 정책감사에서 시정을 통보받자 국무조정실은 실무협의를 통해 주관 부처 조정에 나섰다.
그러나 두 부처는 한치의 양보도 없었다.
오히려 독자적인 법률안을 만들어 지난 7월 각각 국무조정실에 제출했다.
국무조정실이 긴급 진화에 나섰다.
정부는 지난 7월말 관계 차관회의를 열고 애매모호한 절충안을 내놓았다.
복지부가 중심이 돼 생명윤리법을 만들되 과기부와 협의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허사였다.
과기부의 '협조'를 얻지 못해 연내 입법이 무산되고 만것이다.
부처간 정책 조정기능의 마비사례가 '생명윤리법'경우만은 아니다.
지난해부터 각 부처가 추진해온 유전체연구센터 건립도 그 사례의 하나다.
지난해초 복지부와 과기부 농림부,총리실 산하의 생명공학연구원까지 유전체연구센터설립 계획을 앞다퉈 내놨다.
생명공학 종합정책심의회가 조정에 들어가고 재정경제부 주관으로 5개 관계부처 실무조정회의까지 열었으나 합의를 끌어내지 못했다.
정부의 조정 실패로 과학기술분야의 부처간 중복 투자 및 사업추진이 위험수위에 이르고 있다.
특히 생명공학(BT) 정보기술(IT) 나노기술(NT) 등 예산확보가 용이하고 첨단미래기술로 각광받고 있는 분야에서 심각하다.
IT분야에서 두개 이상 부처가 중복 추진하고 있는 사업은 △개인정보보호 △전자결제 △기업간 전자상거래 등 19개나 된다.
이같은 문제가 일어나는 원인으로는 부처간 이견을 조정하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국과위)와 국무총리실 국무조정실 등이 제 역할을 못하기 때문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국과위는 각 부처로 다원화되고 있는 과학기술정책과 연구개발사업의 종합조정 및 평가를 위해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조정기구로 지난 99년1월 출범했다.
그러나 종전 기구에 비해 위상은 높아졌지만 조정의 전문성이나 실효성 측면에서는 별 차이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국과위의 간사기관과 사무국이 독립돼 있지 않은데다 운영위원회와 산하위원회의 전문성도 떨어져 조정 및 평가업무를 제대로 하지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복 업무를 조정하는 국무조정실도 정책결정 권한이 약하기 때문에 주요 현안에 대한 조정역할을 제대로 못해 왔다는 평가다.
대통령 직속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도 지난 91년 설치된 이래 30회에 걸쳐 주요 과학기술과제에 대해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수준에 머물러왔다.
정책 집행에 대한 구속력을 확보하지 못해 조정역할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의 황용수 박사는 "현행 조정기구들의 평가결과가 예산에 반영되지 않는 등 운영상 문제점도 조정의 실효성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라며 "국과위 산하위원회를 상설기구화하는 등 제도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과학바이오팀 strong-kor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