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하는 일본 기업들이 보너스를 줄이고 임금을 동결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장기 불황이 계속되고 있는데다 저비용으로 일본 기업을 추격중인 한국 중국등 후발 경쟁국들을 의식한 조치로 보인다. 주요 기업들은 올 겨울 보너스를 20여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였다. 게다가 내년에는 부서나 개인의 실적 별로 보너스를 차별화하기로 결정,개인별 보너스 격차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니혼 게이단렌"(日本經團連)이 최근 22개 업종,2백91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올 겨울 보너스는 평균 78만9천7백78엔으로 작년 보다 3.1% 줄어 지난 1981년 이후 감소폭이 가장 컸다. 이로써 일본 기업들의 겨울 보너스는 2년 연속 감소했고 금액 기준으로는 평균 78만9천6백58엔이었던 199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대졸 신입사원의 첫달 월급은 조사대상 기업의 81.1%가 작년 수준에서 동결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작년 조사때 보다 21.3%포인트나 높아진 것이다. 대졸 신입사원 초임은 사무직이 월평균 20만4천70엔,기능직은 20만4천6백47엔으로 조사됐다. 사용자 단체인 일본게이단렌(經團連)은 내년 봄 예정된 노조측과의 임금 협상 교섭에서 임금 인하를 추진중이다. 일본의 경영자 단체측이 매년 봄 이뤄지는 춘투(봄철 노조의 임금 인상 투쟁)을 앞두고 임금 인하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게이단렌은 "지금까지 임금 인상 수준을 결정해 온 춘투는 끝났다"고 선언,연공 서열형 일본의 고용 및 임금 제도에 커다란 변화를 몰고올 것으로 예상된다. 게이단렌은 임금제도 개혁에 따른 정기 승급의 동결 및 개선도 노사의 교섭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이는 연령과 근무 연수에 따라 자동적으로 급여가 인상되는 "정기 승급" 제도를 개선해 임금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시바타 마사하루 게이단렌 부회장은 "경영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에선 이미 임금이 떨어지고 있다"면서 "임금 인하는 피할 수 없는 대세"라고 말했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