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23일 당 개혁특위를 구성하고 정당개혁작업에 본격 착수키로 했다. 그러나 개혁특위를 신설키로 한 최고위원회의 결정에 개혁파인 신기남(辛基南) 추미애(秋美愛) 최고위원이 위원직을 사퇴하는 등 반발하고 나서 당이 또다시 내홍에 빠져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개혁특위 구성 배경 = 민주당은 이날 당사에서 최고회의를 열어 당내에 개혁특위를 구성, 당 개혁방안을 마련키로 했다고 문석호(文錫鎬) 대변인이 밝혔다. 이같은 결정은 전날 조순형(趙舜衡) 의원 등 개혁파 의원 23명이 당의 발전적 해체와 인적청산을 요구한지 하루만에 나온 것으로 "개혁파의 요구를 최고회의에서 수용한 것"이라고 문 대변인은 전했다. 그러나 이는 개혁특위라는 공식기구에서 향후 개혁 프로그램과 일정을 제시하고 다시 이를 최고회의에서 인준하는 절차를 거친다는 점에서 개혁파의 '선(先) 지도부사퇴' 등 인적 청산 요구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것이다. 최고회의의 이같은 결정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와 현 지도부간의 대화와 타협의 산물로 평가된다. 최고회의에 앞서 노 당선자와 한화갑(韓和甲) 대표는 63빌딩에서 조찬회동을 갖고 당 개혁 방식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노 당선자는 중앙선대위 전체회의에서 당 개혁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도 당정분리 원칙을 강조하면서 "왜 나서지 않느냐 채찍질하지 말고 갈등이 있어도 질책하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이는 당 개혁의 필요성을 절감하지만 당내 분란이 일 경우 국민에게는 현 지도부 등 구주류와 개혁파 등 신주류간 권력투쟁에 따른 갈등으로 비쳐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를 피하고 국가지도자로서 북한 핵문제 등 국정에 전념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향후 전망 = 민주당은 조만간 개혁특위를 구성, 당의 개혁방안과 이를 추진하기 위한 일정을 제시할 예정이다. 특위 위원 인선은 한 대표에게 위임됐으나 한 대표가 노 당선자와의 협의를 거쳐 최고회의에서 최종적으로 인준하는 과정을 통해 인선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지도부는 개혁특위를 가능한 한 빨리 구성한다는 입장이지만 신기남, 추미애 최고위원 등 개혁파들이 반발하고 있어 특위 구성이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신 위원은 지도부 일괄사퇴를 주장하고, 추 위원은 개혁특위 불참 입장을 분명히 하고 나섬으로써 당 개혁을 놓고 현 지도부와 개혁파간 일대 충돌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개혁파들은 과거 국민회의 창당 방식처럼 당밖에 신당창당 기구를 만들어 개혁국민정당 등과 함께 신당을 창당하는 방식으로 동교동계 등 당내 구주류를 신당에서 배제하는 방안을 모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개혁파 내부에선 현 지도체제의 전면 사퇴에 따른 비상기구를 구성해 당 개혁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견해를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박상천(朴相千) 최고위원은 회의 발언과 보도자료를 통해 "당 해체론을 주장하는 의원들이 진보정당화를 추진하는 것인지 밝혀달라"며 "진보정당화는 지역갈등에 더해 이념.계층갈등으로 국민분열을 확대하는 것은 아닌지 깊이 생각해야한다"고 말해 당개혁 마찰이 이념갈등으로 비화될 가능성을 우려하기도 했다. 이와함께 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후단협) 소속 의원 10여명도 여의도에서 오찬모임을 갖고 당 개혁 필요성에 의견을 모았으나 일부 의원들은 개혁파 의원들의 인적 청산 주장을 강하게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동교동계 등 구주류의 일부 의원들은 개혁파의 인적 청산 주장에 불쾌감을 표시하면서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민주당이 당 개혁을 둘러싸고 과거처럼 당내 분란의 소용돌이에 빠져들 경우 갈등 수위 조절을 위한 노 당선자의 개입 여부가 주목된다. 노 당선자는 선대위 회의에서 "당원의 한사람으로서 도저히 그냥 못넘어갈 정도로 개혁이 좌절되고 당이 심각한 혼란에 빠지기 전에는 관여하지 않겠다"고 말한 바있다. (서울=연합뉴스) 김민철 기자 mincho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