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LPGA에서 통산 2승을 올린 박희정(22.CJ)프로. 그녀는 올해 "16주 연속 라운드"라는 미LPGA사상 최다연속출전 기록을 세웠다. 1주일에 6일간 라운드하고 나머지 하룻동안 다음 대회장소로 이동해야 하는 투어일정상 어지간한 체력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강행군이다. 그녀는 빡빡한 스케줄 때문인지 투어중에 별다른 훈련을 하지 않는다. 다만 경기가 끝난뒤 부족한 부분을 바로잡는 스윙점검과 스트레칭을 병행할 따름이다. 박 프로는 올 겨울부터 줄리 잉스터,메그 맬런,팻 허스트 등을 가르쳤던 명티칭프로 마이크 맥게트릭으로부터 배울 예정이다. 일정한 룰에 얽매이지 않고 각자 스윙의 장단점을 정확히 가려내는 그의 교습법에 마음이 끌렸기 때문이다. 그녀는 중학교때 골프와 인연을 맺었다. IQ 1백37에 전교석차 10등 안에 들 정도로 성적이 우수했던 박 프로는 어느날 갑자기 아버지에게 공부 대신 골프를 하겠다고 졸랐다. 부모의 반대에도 불구,"호주로 입양이라도 시켜달라"고 떼쓰는 어린 딸을 보고 아버지 박승철씨는 화가 난 대신 오히려 "앞으로 큰 일을 하겠구나" 하고 안심했단다. 그녀의 골프인생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미국 데뷔 첫해인 2000년에는 너무 마음고생을 많이 해 시즌이 끝난 뒤 한달여간 외부와의 연락을 끊었을 정도다. 그때 칩거하며 배운 뜨개질은 이후로 그녀의 취미가 됐다. 박 프로는 아마추어시절 호주 남자선수들과 플레이를 많이 했다. 그리고 그들의 장점을 하나씩 배워나갔다. "골프는 스스로 감을 느껴야 합니다.남의 플레이를 보고 나에게 맞는 부분을 찾아 내것으로 만들었던 게 저에겐 최고의 레슨이었습니다." 그녀는 무슨 일이든 재미 있어야 잘할 수 있다고 덧붙인다. 골프 입문 1년반만에 언더파를 치게 된 것도 재미있게 연습한 덕분이다. "단조로운 스윙 연습에 재미를 못 느낄땐 페이드나 드로 등 다양한 샷을 구사해 보았습니다.필드에 놓인 모래박스 위에 올라가 로브샷을 연습한 적도 있어요." 일부러 까다로운 상황을 만들어 연습했던 것이 자신감을 길러줬다는 설명이다. 그녀는 호주국가대표에 발탁되면서 체계적으로 샷을 가다듬었다. 그 당시 한달동안 볼을 치는 대신 아침 9시부터 저녁 5시까지 거울을 보고 연습스윙만 하기도 했다. 올바른 폼이 자리잡혀 갔다. 그리고 한달후 열린 경기에서 우승의 영광을 맛봤다. 박 프로의 경기 스타일은 '도 아니면 모'식이다. 항상 최선을 다해야 성공할 수 있는 공격적인 플레이를 편다. 아직은 안전한 매니지먼트보다는 기술과 정신이 모두 최고조에 이르도록 끌어올려야 할 때이기 때문이란다. 그녀는 아마추어 골퍼들에게 "볼을 끝까지 보라"며 간단명료하게 조언했다. 프로들도 겨울 휴식 후에는 그렇게 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글=장유택 기자 chang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