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한국의 선택] 부실기업 신속 처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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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대통령 당선자는 불확실한 경제상황을 감안해 하이닉스 등 한계(부실)기업을 신속하게 처리,제조업 성장 잠재력 확충에 적극 나서야 할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또 기업들의 자율·책임경영 확대를 위해 과거 '빅딜(대기업간 사업교환)'과 같은 인위적인 산업 재편은 시도하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재계 관계자들은 대통령 당선자가 확정되자 일제히 이같은 주문을 내놓으며 새 정부가 기업경영의 불안요인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 김성표 수석연구원은 "일부 구조조정 사안들은 그동안 정치권의 이해관계 상충이나 관심 부족으로 지연돼 왔다"며 "이를 빨리 해소해야 새로운 성장엔진을 찾고 성장잠재력도 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시급한 구조조정 현안=채무 재조정안 의결이 보류되고 있는 하이닉스처리가 우선 문제다.
대선 공약으로 소액 주주들에 대한 차등 감자안이 거론된 만큼 어떤 형태로든 새 정부의 개입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또는 '은행 관리'를 받고 있는 기업들의 처리문제도 당면한 현안이다.
현대건설 대우건설 쌍용자동차 범양상선 대우조선해양 대우종합기계 등 채권단이 최대 지분을 갖고 있으면서 경영이 정상화된 기업들은 하루 빨리 '주인'을 찾아줘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한 회사 관계자는 "지금까지 구조조정이 부실사업을 정리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등 생존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앞으로는 중장기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안 도출에 역량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에너지·화학업계의 구조조정도 서둘러야 할 과제다.
정유업계에서는 인천정유 매각작업이 추진중이나 입찰이 한차례 무산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SK(주) LG칼텍스정유 등 국내 정유업체들은 수입업체와의 경쟁으로 수익성이 악화돼 인천정유 인수에 눈을 돌릴 여유가 거의 없는 상태다.
석유화학업계에도 은행관리 중인 현대석유화학의 매각작업이 대기하고 있다.
유화업계는 현대유화 매각은 구조조정의 끝이 아니라 시작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기초유분 시설인 NCC업체가 여전히 7개사나 난립하는 등 적정 규모(3∼4개 업체)를 초과하고 있어 지속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법정관리나 워크아웃중인 섬유·의류업체들의 매각작업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KP케미칼 새한 경남모직 등 섬유업체와 나산 신원 등 패션의류업체들은 그동안 구조조정을 통해 회생의 기반을 마련한 만큼 매각을 서둘러 경영정상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제조업 성장기반 확충=외환위기 이후 자동차 전자 반도체 철강 석유화학 조선 기계 등 주력 제조업이 건재하고 있지만 세계 일류기업들과의 경쟁력 격차는 여전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최근 국내기업들의 실적 호조도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일부 기업들의 고수익에 따른 '통계적 착시'의 성격이 강하다.
고려대 박광태 교수(경영학과)는 "경영실적이 좋아지긴 했지만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며 "현재 국내 기업들은 신규투자에 소극적일 뿐 아니라 세계적 수준에 올라 있는 품목 역시 많지 않다"고 말했다.
재계는 그러나 새 정부가 산업경쟁력 강화를 빌미로 과거 산업합리화 조치나 빅딜과 같은 강압적인 산업재편 정책을 펴서는 안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기업경쟁력 향상을 위한 정부의 역할은 경영환경 개선이나 규제완화 등의 분야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조일훈·정태웅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