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구조조정본부가 계열사 사장단에 대한 평가작업에 들어가 그룹 경영진들이 초긴장하고 있다. 구조본이 평가기간동안 평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개인 홍보성 활동을 자제토록 권고함에 따라 계열사 경영진들이 대외적인 발표나 언론과의 인터뷰를 연기한 채 침묵하는 사례들이 속출하고 있다. 삼성 계열사의 한 관계자는 "인터뷰 요청이 많지만 때가 때이니만큼 여러 모로 조심해야 하기 때문에 내년 초로 미뤄놓고 있다"고 말했다. 평소 활발하게 언론과 접촉했던 다른 삼성 계열사의 CEO들도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인터뷰를 기피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 전자 계열사가 급하지 않은 신제품 발표회를 가지려다 돌연 연기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CEO들의 몸사리기에 대해 삼성 구조본의 한 관계자는 "누가 공문으로 '하라''말라' 한 적은 없다"면서 "다만 신년 계획 수립에 바쁜데다 튀는 행동이 평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까봐 알아서 조심하는 것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룹 사장단 대부분은 성과 평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우수인재 확보를 위해 지난달 한차례 이상씩 해외출장을 다녀왔다. 최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삼성전자의 디지털로드쇼를 비롯해 각종 강연회와 전시회에 참석한 삼성의 전자계열사 사장단들은 행사 뒤에도 유명 대학과 기업에 근무하는 우수 인재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는 강행군을 했다. 삼성 계열사 주가가 지난달 크게 오른 것과 관련해서도 증권업계에서는 삼성이 11월말 주가를 사장단 성과평가에 반영하고 있는 것과 연관지어 해석하고 있다. 삼성은 매년 연말 사장단을 시작으로 계열사 임원에 대한 평가를 실시해 인사의 기초자료로 삼는다. 올해의 경우 사장단은 우수인재 확보와 EVA(경제적부가가치) 기준(14%) 달성,주가 상승 등을 각각 40대40대20의 비율로 평가해 인사에 반영할 예정이다. 예년의 경우 EVA기준 달성과 주가 상승을 70대30의 비율로 평가했으나 이건희 회장의 지시에 따라 우수인재확보 성과를 평가항목에 추가키로 한 데 따른 것이다. 김성택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