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kwon@wearfun.co.kr 패션이란 뭘까. 마케팅 전문가인 찰스 킹 교수는 '디자이너,의류제조업자가 새로운 스타일이나 상품을 소개한 후 대중속에서 일어나는 일종의 사회적 전염과정'이라고 정의했다. 킹 교수는 패션이 전염되기 위한 조건으로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중산계층이 두터운 나라,경제성장 속도가 빠르고 학력이 높은 나라를 꼽았다. 인구밀도가 높으면 친구나 직장동료 이웃이 무엇을 즐기고 어떤 것을 사용하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고 이를 따라 하기 쉬운 '전염성'이 높은 사회가 된다. 중산층이 많으면 최신유행 상품을 구입할 수 있는 경제적인 여유도 있다는 얘기다. 또 경제성장 속도가 빠르면 상품에 대한 구매욕구가 강하고 학력이 높아질수록 사회적 성공의 상징으로 유행을 선도해 나가려는 바람이 강해지게 된다고 킹 교수는 분석했다. 다름 아닌 우리나라가 이같은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다. 그래서일까. 우리나라의 패션 전염현상은 범위와 속도가 가히 경이적인 수준이다. 명동 거리로 나가보자.남자 여자 가릴 것 없이 똑같은 헤어스타일 화장법 옷차림…. 요즘 한창 뜨고 있는 패션이 무엇인지 금세 알 수 있는 도시는 지구상에서 서울만한 곳이 없을 정도다. 패션 전염 현상의 대표적인 예 가운데 다른 나라에서는 없었던 몇가지가 있다. '미스티 퍼플'이란 색상의 립스틱이 몇 년 동안 전국을 강타했던 적이 있었다. 일본 나리타공항 직원들이 한국 여성의 국적 구분을 그 립스틱 색상으로 했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였다. 한때 세계패션의 중심지인 파리나 밀라노에서도 볼 수 없었던 독특한 패션이 서울의 강남거리에서 유행했었다. 젊은 남녀는 너나없이 와이셔츠,남방셔츠의 앞자락만 앞으로 떨어뜨려 입고 다닌 것. 패션 비즈니스 관계자들은 '도대체 왜 저런 차림이 유행인가'라고 의아해 할 정도로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었다. 이런 현상들을 보면서 우리나라가 패션의 사회적 전염현상이 가장 빠른 나라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개운하지 못하다. 전염성이 강한 토양 속에서도 자신만의 개성을 유지하고 가꾸기란 어려운 일일까. 한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