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좋은 대통령 고르는 법 .. 裵洵勳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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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선거가 다가 오면서 모든 국민이 '새로운 지도자를 뽑는다'는 흥분도 느껴지지만, 한편으로는 '나와 무관한 행사'처럼 무심하게도 보인다.
그러나 일단 대통령이 선출되고 나면 내가 사는 사회가 크게 변한다.
첫째, '사회가 크게 변한다'는 의미는 대통령이 나와 연관이 있는 사람이 당선돼 나나 내 주위 사람이 갑자기 정부의 요직을 맡게 되거나 좋은 자리에 취직이 된다는 의미가 아니다.
경제정책이 변해 과거에는 별 쓸모가 없던 직종이 인기가 있게 된다든가, 국가경쟁력이 향상돼 수출이 증가하고 일자리가 많아진다든가, 범죄가 줄어들어 맘 놓고 잠을 잘 수 있다든가, 정상적인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정부의 인허가를 쉽게 받을 수 있다든가, 시장경쟁에서 중소기업도 대기업과 공정한 대접을 받을 수 있게 된다든가, 세금을 적게 내도 주위의 못사는 사람들이 사회보장제도의 혜택을 쉽게 받을 수 있게 되는 등의 '세금 내는 국민들을 위해 정부가 해줘야 할 서비스의 질이 개선되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하자면 정부의 운영 효율성이 제고되는 것이다.
둘째, '달라진다'는 의미는 사회 가치관의 변화다.
무제한 경쟁을 허용하면 힘센 사람은 무한히 잘 살고 힘 약한 사람은 아주 못살게 될 우려가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같이 사는 사회에는 힘이 약한 사람도 평등하게 살 수 있도록 질서가 있어야 하고, 또 그 질서를 제대로 지킬 수 있는 행정력이 있어야 한다.
동시에 사회의 구성원들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자유스럽게 경쟁을 하되, 잘사는 사람들은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주어야 결국 자기네들이 더욱 편안하게 사는 법이다.
생산성을 위해 경쟁을 하되 동시에 승자 패자 간에 협력을 해야 한다.
그래서 지도자가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사회를 이끌어 모두가 화합하여 잘 사는 길을 찾아내기를 기대한다.
지도자는 유권자인 국민의 뜻을 잘 읽어 우리 사회가 같은 가치관을 공유하도록 이끌어 주는 정치력이 있어야 한다.
세번째로 달라지는 것은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 변화다.
아무리 세계가 개방된다고 하지만 아직도 경쟁은 국가 단위로 이루어진다.
국가 간 무력전쟁의 위협은 한반도가 마지막이라고 하지만, 종교간 민족간 무력전쟁의 위협은 계속되고 있다.
그래서 자유민주주의를 숭상하는 국가 간 협조가 필요하고 또 협력하는 국가들 사이에서 하나의 주권국가 역할을 하는 데는 국가가 존경 받는 위상을 가져야 한다.
국가를 대표하는 대통령의 역할이 중요하다.
대통령은 시장 상인들과 악수하고 서민적인 식사도 같이 할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하겠으나, 이러한 서민적인 분위기만으로는 위의 세가지 일을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힘들다.
오늘날에는 그 사람이 과거에 어떤 집안에서 태어났고 어떤 경력을 가졌든 보리밥 된장국을 모두 좋아하니 서민적 분위기는 후보간에 상대적인 차별이 될 수가 없고,정책 대결이라는 것도 추상적인 언어의 유희가 되기 십상이다.
'역사를 바로 세운다'고 하던 대통령의 의지는 무엇이었으며, '햇볕 정책'은 남북 관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 왔는가.
더욱이 전문가들조차 정책의 차이를 유권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의 차이로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못한다면, 그 정책은 후보간 차별이 되지 못한다.
그래도 임기 5년 동안에 가져올 수 있는 변화와 우리나라가 장기적으로 발전해 나갈 방향에 기여하는 것은, 대통령 자신뿐만 아니라, 대통령이 믿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의 능력에 달려 있다.
인사는 공정하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적절한 인재를 적소에 배치해 협력해서 일 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고, 성공적으로 일을 해내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 두번이나 독재에 항거, 민주 투쟁을 해서 존경을 받게 된 두분의 대통령을 선출한 결과 정치 경제 사회의 발전이 기대에 못 미치는 아쉬움을 남겼다면, 이번에는 '효율적으로 변화를 만드는' 대통령을 선출하면 어떨까.
'서민적 분위기'나 '그럴 듯한 정책'이 아니라, '조직적으로 일을 잘 할 수 있는 CEO 타입'의 후보를 고르는 것이 유권자 각자가 잘 살 수 있는 길이다.
裵洵勳 < KAIST테크노경영대학원 초빙교수 soonhoonbae@kgsm.kaist.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