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를 방치하는 것은 채권 회수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즉각적인 채무조정이 불가피하다" 도이체방크가 하이닉스반도체 채권단에 보고한 채무재조정 방안의 골자다. 도이체방크의 보고서에 채권금융회사들도 공감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어 하이닉스는 일단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하이닉스가 신속하게 설비투자에 나서지 않으면 경쟁업체들과의 격차를 축소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신속한 처리를 주문하고 있다. ◆ 매각과 구조조정 병행 제안 배경 =도이체방크는 반도체시장이 급반등하지 않는다면 하이닉스가 내년 1.4분기부터 현금 고갈상태에 직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내년 연간으로 영업현금흐름은 9천3백80억원밖에 되지 않는 반면 설비투자 1조1천1백억원, 금융회사 원리금 상환이 1조3천5백억원에 이르러 1조1천4백억원 가량의 현금 부족에 직면하게 되리라는 전망이다. 도이체방크는 하이닉스를 청산하면 금융회사들의 위험 부담을 줄일 수 있지만 채권 회수가 힘들어지고 사후정리에만 2∼7년이 걸리는 등 각종 어려움이 따른다며 청산은 최후의 수단으로 꼽았다. 매각의 경우도 원매자가 없어 무작정 추진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결국 매각 가능성은 열어놓되 비메모리 매각 등 구조조정으로 시간을 벌고 회사가치를 높이자는게 도이체방크의 결론이다. ◆ 채무조정과 구조조정방안 =도이체방크는 대대적인 채무조정을 권고했다. 무담보채권 금액의 50%인 1조9천억원을 보통주로 출자전환하고 나머지 여신 3조원을 2006년까지 만기 연장하는 방안이다. 3조원의 잔여 여신 금리도 6.7%로 하되 3.5%만 현금으로 지급하고 나머지 이자는 원금에 가산할 것을 제안했다. 이렇게 되면 2004년에 몰려있던 채무 만기가 2006년으로 연장되고 금융비용 부담도 내년 1천8백억원, 2004년엔 1천1백억원 가량 경감할 수 있게 된다. 하이닉스는 이에 따라 2006년까지 4년간 4조원 가량을 설비투자에 투입할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다. 대신 하이닉스는 비메모리 매각을 포함해 근본적인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졌다. 도이체방크는 일단 비메모리사업과 미국 유진공장은 매각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유진공장의 경우 지난 3분기에 1천9백억원의 적자를 내는 등 원가경쟁력이 뒤져 매각대상에 포함됐다. 하이닉스는 이를 제외하고도 LCD 매각과 온세통신 등 보유지분 매각을 통해 1조1천억원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 신속한 투자가 변수 =도이체방크의 채무조정방안에 대해 우동제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하이닉스의 DDR 수율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어 채권단이 신속히 지원에 나서면 경쟁력을 회복할 것"이라며 "정부와 미국 등 외적인 변수가 문제"라고 말했다. 정창원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설비투자 지연이 문제이기 때문에 D램 경기에 하이닉스의 정상화가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김성인 동원증권 연구위원은 "투자 시기가 너무 지연됐다"며 다소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김성택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