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부동산 담보대출 억제,신용카드사 현금대출 감축,상호저축은행의 소액신용대출 줄이기…. 최근 금융감독 당국의 가계대출 억제책은 이처럼 전방위로 진행되고 있다. 금융감독 당국은 물론이고 통화 당국까지 가세해 '공동전선'을 펴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근 1∼2년 사이 가계대출이 이미 엄청나게 늘어버렸다는 점을 들어 '뒷북행정'이라며 비판하고,또 다른 쪽에서는 '과잉조치'라는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가계대출을 왜 억제하는가. 당국의 논리대로라면 가계대출이 금융회사의 건전성에 불안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금융회사의 건전성이란 가계대출의 부실이 늘어날 때,즉 신용불량자의 양산을 염두에 둔 것이다. 실제로 신용불량자 문제는 우리 사회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잠재적인 초대형 폭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정부도,금융회사도 신용불량자의 실체는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남녀 비율은 어떤지,도시민이 많은지 농어촌지역 주민이 많은지,20대와 30대의 비율은 각각 몇%인지,초범이 많은지 재범 불량자가 많은지,소득과 자산은 얼마나 되는지,학력과 결혼·직장 경험은…. 신용불량자 문제에 제대로 대처하기 위해 당연히 필요할성싶은 이런 기초적 통계를 어느 기관도 갖고 있지 않다. 통계가 없다면 조사를 해야 할텐데,그럴 움직임도 아직은 없다. 신용불량자수가 현재 약 2백50만명,성인 인구의 7% 가량을 차지한다는 사실과 이 숫자는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이란 예측만 나오고 있다. 감독 당국도 문제의 심각성은 파악하고 있는 분위기다. "신용불량자라고 해서 모두 나쁘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경제적 어려움으로) 이들 가운데 1%만이라도 범죄를 노리거나 유혹 받는다면 2만5천건의 잠재 범죄가 발생할 수 있다"(모부처 실무 책임자)는 얘기도 나온다. 신용불량자가 사회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지적한 말이다. 가계대출을 억제해 신용불량자를 줄이겠다는 것도 의미있지만 신용불량자들이 어떤 사람들인지에 대한 조사부터 선행돼야 할 것 같다. 정확한 실태파악을 해야 더 효과적인 정책도 나올 수 있다. 허원순 경제부 정책팀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