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세포에 공급되는 산소 양을 조절해 암 조직이 커지는 것을 막아주는 효소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세계 최초로 발견됐다. 이에 따라 각종 암과 류머티즘성 관절염 등의 초기 진행을 억제시키는 약품 개발에 물꼬가 트일 전망이다. 서울대 약대 김규원 교수(50)는 혈관생성을 촉진하는 단백질 HIF(저산소증유도인자)-1α의 구조를 변형하는 아세틸화 효소 'ARD1'을 세계 처음으로 발견했다고 26일 밝혔다. HIF-1α 단백질은 암 세포가 활성화돼 주변의 산소농도가 낮아지면 작용을 시작,혈관이 만들어지는 것을 도와 결국 암 세포를 확산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번에 발견된 ARD1 효소는 세포질 속에 있다가 산소농도의 변화에 따라 HIF-1α를 분해시켜 암 세포 주변의 혈관생성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ARD1 효소는 지금까지 효모 등 단세포생물에서만 발견됐고 사람과 같은 고등생물에서 발견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27일 발행되는 생명과학 분야 학술지인 '셀(Cell)'에 실릴 예정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결과로 암 세포 주위의 혈관생성을 억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며 "각종 악성 암과 류머티즘성 관절염,건선 등의 치료제 개발을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산소농도를 조절,혈관생성을 촉진함으로써 궤양,허혈성 뇌졸중,심근경색 등의 예방과 치료도 가능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과학기술부 관계자는 "산소농도에 따라 혈관생성을 촉진 또는 억제할 수 있어 인공장기 개발이나 생체조직 공학 등에도 파급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오춘호 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