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신뢰받는 公職 .. 서삼영 <한국전산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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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y@nca.or.kr
최근 중요 개방직 공직을 맡았던 변호사 한 분이 "공직(公職)은 조폭(組暴)과 같다"고 했다.
조직내 상하관계는 물론 시민이나 기업을 대하는 태도도 조폭과 다를 바 없고,시민을 위해서라기보다 두목(?)에게 올릴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 밤을 샌다는 것이다.
친절하게도 정책 대안을 책으로 펴내 답답함도 달래고 못 다한 개혁도 이어가고자 하는 개방직 퇴직자도 있다.
이쯤되면 요즘의 공직은 애증의 단계를 넘어 '난타'의 도마보다 더하지 싶다.
한 번 내리치고 두들기고 나면 후련해지는 것이 아니라 끝도 가도 없이 내려쳐도 원이 풀리지 않는 그런 대상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기대에 못 미쳐 실망이 너무 커 질타하는 것은 너무도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공직은 아무리 생각해도 매보다는 사랑으로 바르게 키우는 대상이어야 할 것 같다.
공직과 국민은 다름아닌 순치(脣齒)관계이기 때문이다.
입술이 상했다고 패기만 하면 이인들 성하겠는가.
공직이 없으면 나라나 국민의 생존도 없게 된다.
공직이 바로 서지 않으면 손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본다.
문제는 무너져가는 공직에 대한 신뢰 회복이다.
이는 고스란히 공직자의 몫일 수밖에 없다.
그러려면 무엇부터 해야 하는가.
국민을 신뢰하는 일부터 해야 한다.
국민을 믿지 않으니 행정이 번거롭고 복잡하기 이를 데 없고,도둑 취급받는 국민은 기분이 좋을 리 없다.
사실 비용도 엄청 더 든다는 게 학자들의 견해이기도 하다.
유럽의 대중교통에서 국민은 믿고 소수의 범법자를 엄정히 다스리는 모습을 보고 부러워만 할 일이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상호 불신이라는 악순환 고리다.
진정한 행정 개혁은 이 고약한 고리를 끊어내고 국민과 공직자간 쌍방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다.
공직이란 무섭다.
그 영향이 불특정 다수에게 직접적일 뿐 아니라 두고두고 가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를 사리사욕이나 특정세력의 이익만을 위하거나,절차를 무시하거나,지금의 이익만을 따진다면 질타받아 마땅하다.
공직은 설계사와 같다.
미국인이 2백년 넘게 추구할 가치를 헌법에 담아 설계한 토머슨 제퍼슨이야말로 진정한 공직자의 하나가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