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헤리티지재단은 월스트리트저널과 공동으로 발표한 '2003년 경제자유지수'를 주제로 지난주말 토론회를 가졌다. 보도된 대로 한국의 경제자유지수는 1백56개국 중 52위에 그쳤다. 전년보다 14단계 미끄러졌다. 토론회에서 관심을 끈 나라는 에스토니아였다. 어느 곳에 있는지 조차 모를 정도로 작은 나라지만 자유로운 경제활동 측면에서만 보면 미국 덴마크와 더불어 당당히 6위를 차지했다. 에스토니아는 옛 소련이 붕괴된 후 1991년에 독립한 인구 1백36만명의 작은 동유럽국가다. 이 나라는 독립하자 마자 신속하고 과감한 경제개혁에 착수했다. 대외무역을 획기적으로 자유화하고,국영기업을 대대적으로 민영화하는 한편 소득세율을 26%로 단일화했다. 재투자된 이윤에 대해서는 아예 법인세를 물리지 않는다. 에스토니아 전체 은행자산의 90%를 차지하는 3대 은행의 주인은 모두 외국인이다. 경제정책도 대외관계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 "경제자유를 향상시키기 위한 개혁은 보수계층이나 야당의 반발이 거세지기 전에 신속히 추진하지 않으면 이룰 수 없는 일을 에스토니아는 해냈습니다." 헤리티지재단의 국제무역센터 소장인 제럴드 오드리스콜은 "필요한 개혁조치를 신속하게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아시아의 허브(비즈니스 중심지)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본주의가 욱일승천하는 상하이,경제자유지수에서 세계 1,2위를 다투는 홍콩과 싱가포르를 제칠 수 있겠습니까. 세계 자본이 이들보다 한국을 더 매력적인 국가로 생각할 수 밖에 없는 유인책을 한국정부가 제공하고 있나요. 한국정부는 국가 전체를 경제특구로 만들 각오를 하고 있습니까." 참석자들은 이같은 물음에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정책결정 과정이나,기업의 지배구조가 투명하지 못하다는 비판이 오히려 많았다. 에스토니아를 모방할 필요는 없다. 부존자원이나 인구,경제시스템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제자유지수를 우리보다 46단계나 끌어올린 그들의 노력만은 본받을 필요가 있다는 것을 토론회는 확인시켜 줬다. 워싱턴=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