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견기업에 다니는 서 모 과장(39)은 최근 A은행에 들러 신용대출 2천만원을 받았다. 금리는 연 11.16%. 서 과장은 돈이 더 필요했지만 이미 한도가 꽉 찼다는 은행 직원의 답변이 돌아왔다. 서 과장과 같은 회사에 다니는 이 모 대리(34). 큰 맘 먹고 집을 사면서 모자라는 돈을 신용대출로 메우기 위해 A은행을 방문했다. 이 대리의 신용대출 한도는 3천만원. 금리는 연 8.66%였다. 직장상사인 서 과장보다 2.5%포인트 금리조건이 유리한 셈. 한도도 1천만원 높다. 이 대리는 서 과장보다 연봉도 적고 은행거래 경력도 짧지만 은행이 평가하는 기준은 연봉과 거래경력만이 아닌 것이다. 이 대리와 서 과장의 이같은 차이는 평소 신용을 어떻게 관리했느냐에 따라 달라진 사례다. 이 대리는 예금 적금 카드 등 모든 거래를 A은행에 집중하는 한편 자신의 신용을 꾸준히 관리해 왔다. 즉 결제대금을 한번도 연체하지 않은 것. 그러나 서 과장은 자신의 금융거래를 여러 은행에 분산했고 신용카드 결제대금을 몇 차례 연체한 적도 있다. 이에 따라 이 은행에서 이 대리는 '2등급'인 반면 서 과장은 '7등급' 딱지가 붙어 있다. 평소 철저하게 관리한 자신의 신용이 곧 '돈'이 되는 세상이다. 거래은행에서 높은 신용등급을 받으면 대출받을 때 금리와 한도면에서 유리할 뿐만 아니라 각종 수수료도 아낄 수 있다. 은행마다 우량고객을 대상으로 다양한 수수료 면제 및 할인혜택을 주고 있기 때문. 김인응 우리은행 재테크팀장은 "편리성을 추구하는 현대생활에서는 신용대출 비중이 점차 커질 수밖에 없다"면서 "한 은행에 거래를 집중시키는 등 은행에 실질적인 기여를 해야 높은 등급을 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은행들이 평가하는 신용등급 항목은 수십~수백가지에 달한다. H은행의 경우 돈빌리는 사람의 직업 연소득 근속년수 등을 기준으로 고객의 신용을 1~10등급으로 나눠 놓고 있다. 1등급 고객에는 무보증으로 최고 5천만원까지 대출해 준다. 최고와 최저등급간 금리차이는 2.8%포인트. 여기에 급여이체 고객에 적용하는 우대금리 0.5%를 고려하면 금리차는 최대 3.3%포인트다. 위에서 예로 든 A은행의 경우엔 이 차이가 더 크다. 역시 10등급으로 나눴지만 금리차는 4.5%포인트다. 신용등급 1등급인 고객이 이 은행에서 1천만원을 1년간 빌린다면 이자가 연 84만9천원이지만 10등급인 고객은 같은 액수를 빌려도 이자를 1백29만9천원 내야 한다. 신용이 빈약한 고객은 똑같이 돈을 빌려도 45만원을 더 내야 하는 셈이다. 신한은행의 한상언 재테크팀장은 더 나은 조건으로 신용대출을 받기 위해선 평소 꾸준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면서 일곱가지 제언을 내놨다. 대출은 상환계획부터 세우고 받을 것 항상 더 어려워질 때를 대비할 것 단기라도 절대 연체하지 말 것 모든 대금결제는 자동이체할 것 연락처가 바뀌는 즉시 금융기관에 알릴 것 신용카드를 충동적으로 사용하지 말 것 연체가 발생하면 가능한 빨리 갚을 것 등이다. 그는 "신용이 부실하면 불편할 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비용이 늘어난다"면서 "건강할 때 건강관리를 해야 하는 것처럼 신용도 평소에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 도움말=한상언 신한은행 재테크팀장 hans03@shinha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