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다시 감옥으로 돌아갈래..." .. 코미디영화 '광복절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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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타이밍이다"
코미디영화 "광복절특사"를 소개하는 이 카피는 심오한 뜻을 갖고 있으면서도 코믹함을 견지한다.
얼마나 많은 인생사들이 타이밍의 실패로 그릇된 결과를 초래했던가.
단 하루만 참았다면 광복절특사로 풀려날 수 있었는데 그 사실을 모르고 탈옥한 죄수들이라면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
그들은 놀랍게도 쫓기는 신세로 살지 않기 위해 재입소를 시도한다.
"광복절특사"는 있을 수 없을 법한 소재에서 입장이 바뀐 사람들의 해프닝을 통해 웃음을 변주한다.
흥행작 "주유소 습격사건"과 "신라의 달밤"을 만든 명콤비 박정우 시나리오작가와 김상진 감독이 만나 설경구와 차승원을 기용한 투톱영화로 일궈냈다.
차승원이 맡은 무석역은 "한국의 장발장"을 연상시킨다.
길거리에서 빵을 훔쳐 먹다가 철창 신세를 지게 된 그는 끈질기게 탈옥을 시도하다가 잡혀 형량만 늘어난다.
설경구가 맡은 재필역은 특별사면(특사)만 바라보고 교도관들에게 온갖 충성을 다하는 기회주의자다.
재필은 애인 경순(송윤아)의 결혼을 저지하기 위해 탈옥을 결심한다.
말하자면 무석은 자유를 위해,재필은 사랑을 위해 탈옥하는 셈이다.
두 사람이 땅굴로 탈옥하는 도입부는 헐리웃영화 "쇼생크탈출"의 막바지 장면과 흡사하다.
땅굴로 기어나온 죄수들이 비를 맞으며 자유를 만끽하는 것이다.
그러나 "광복절특사"의 이야기는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두 사람은 신문에 실린 광복절특사 명단에서 자신들의 이름을 확인하곤 재입소를 결행한다.
이 영화의 웃음은 바로 등장 인물들의 자리바꿈에 뿌리를 두고 있다.
탈옥수들은 감옥에 들어가기 위해 안달한다.
재필은 죄수신분이지만 경순을 되찾기 위해 그녀의 새애인인 경찰을 감히 추적한다.
같은 시각 감옥에서는 죄수들이 폭동을 일으켜 감옥의 새 주인이 되고 국회의원 등 방문객들과 교도관들은 사로잡힌다.
여기서 죄수들은 적반하장격으로 정치인과 교도관들을 훈계한다.
의원들은 살기 위해 전과사실을 고백한다.
죄과는 원조교제와 공금횡령,뇌물공여에 그것도 모자라 간통 사실까지 속속 드러난다.
경찰과 탈옥수,국회의원과 죄수들이 모두 동등한 입장에 서는 것이다.
한계상황에 봉착한 인간의 모습은 누구나 같다는 점을 이 영화는 말한다.
쉴새없이 쏟아지는 기발한 상황들은 관객들의 눈을 시종 붙든다.
웃음의 타이밍을 익히 알고 있는 김상진 감독은 지루할 만하면 새로운 사건을 만들고 익숙하다 싶으면 상황을 비튼다.
설경구는 "공공의 적"의 "또라이" 형사와 "오아시스"의 반편이 젊은이를 합친듯한 캐릭터 재필역을 창조해 냈다.
하지만 낯익은 장면들이 더러 눈에 띈다.
죄수들의 교도소내 점거는 "주유소습격사건"을 떠올리며 "신라의 달밤"과 "라이터를 켜라"에서도 비슷한 배역을 맡은 차승원의 캐릭터는 참신성을 떨어 뜨린다.
21일 개봉,15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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