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반독점법 소송에 시달려 오던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가 또 하나의 승부수를 띄웠다. 차세대 PC로 주목받아 온 태블릿PC가 바로 그것이다. 과연 이것이 침체된 컴퓨터 산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으며 포스트 PC의 본격적인 개막을 알릴 것인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반도체 주변기기 등 관련 IT업계의 관심이 지금 태블릿PC에 모아지고 있다. 태블릿PC는 기존 노트북과 달리 키보드나 마우스 없이 전자펜으로 문자나 그림을 워드파일이나 오피스에 입력할 수 있고,무선랜을 통해 어느 곳에서나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모바일 개념을 담은 PC다. 이런 태블릿PC를 둘러싸고 낙관론과 신중론이 엇갈리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태블릿PC가 성공하면 그것은 실리콘밸리의 '꿈의 실현'이라며 의미 부여를 했다. 당연히 빌 게이츠는 낙관론에 서 있다. 그는 MS를 설립했을 때부터 꿈꿔온 제품이라며 컴퓨터 이용방식 자체를 획기적으로 바꿀 것이라고 장담한다. 칼리 피오리나 HP 회장도 태블릿PC는 PC의 기술혁신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낙관론 쪽에 가세했다. 반면 신중론도 있다. PC업계를 선도하는 델 컴퓨터의 마이클 델 회장은 태블릿PC의 추이를 좀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일부 시장조사기관도 동조한다. 가트너 그룹의 시장조사기관 데이터퀘스트는 내년 세계 전체 노트북PC 출하량 중 태블릿PC는 1.2%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다른 시장조사기관인 IDC 역시 4% 내외 정도로 보면서 신중론에 가세하고 있다. 이런 차이는 어디서 비롯되는 걸까. 여기에는 경기상황적 변수도,또 가격문제도 물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과거의 경험 때문이 큰 것 같다. 델 컴퓨터 회장의 신중론도 실은 '시장에서 한번 실패했던 제품'이란 데 근거하고 있다. 실제로 MS는 92년 유사한 시도를 했으나 실패했고,IBM의 '싱크패드'등 자필인식 기술들도 실패했다. 실패 때마다 '시대를 앞서간 탓'이라는 변명이 반복됐다. 어쨌든 지금의 기술은 그때와 비교하면 훨씬 보완됐을 게 틀림없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기술혁신을 이끄는 쪽에서 항상 부딪히는 고민은 '타이밍'과 '킬러 어플리케이션(killer application)'이다. '그것이 없으면 안되는 용도'인 킬러 어플리케이션은 그러나 기술을 공급하는 측의 의도대로 되진 않는다. 뛰어난 기술의 제품들이 이 킬러 어플리케이션을 못 찾거나 시기를 잘못 선택해 실패했는가 하면,애초 생각지도 않은 엉뚱한 어플리케이션과 궁합이 맞아 성공하기도 했다. 어쨌든 사용자는 기술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용도를 구매한다. 그리고 사용자가 수용하면 그것이 바로 표준이 된다. 10년이 지난 지금 태블릿PC는 과연 킬러 어플리케이션을 찾을까, 아니면 아직도 시기가 이른 것일까. 논설ㆍ전문위원 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