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에] 다시 수레바퀴 아래서 .. 禹燦濟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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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서 가장 예민한 시절이 있다.
하이틴 무렵이다.
영혼과 지혜의 자유를 추구하고자 하는 열정이 극대로 나타나는 시기이고,동시에 억압의 굴레를 가장 수치스럽게 느끼는 때다.
순수 영혼의 자유로움을 마음껏 구가할 수 있는 어린 시절에서,삶의 굴레를 감당하게 되는 성인기로의 통과 과정이기 때문에 하이틴의 촉수는 그만큼 예민하다.
한스 기벤라트라는 젊은 영혼이 있었다.
그는 그 전환기의 터널을 빠져나갈 수 없었다.
순수 영혼의 자유를 갈망하는 그에게 억압의 굴레는 너무나 가혹한 것이었다.
가중되는 억압의 수레바퀴 아래서 가련한 영혼 한스는 그만 질식하고 만다.
이 상처받은 영혼의 삶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가 여전히 수레바퀴 아래서 살고 있는 우리의 가슴을 울린다.
바로 독일 작가 헤르만 헤세의 소설 '수레바퀴 아래서' 이야기다.
한스는 학교와 사회라는 두개의 큰 수레바퀴 아래 깔려 절망하다가 안타깝게 죽어간 슬픈 영혼의 초상이다.
그가 자유로운 영혼의 비상을 꿈꾸기 시작한 순간부터 그에게 고통스런 번민이 찾아왔다는 것은 매우 슬픈 역설이다.
금단의 정원,비좁은 새장 안에서는 영혼의 위안을 받을 수 없었던 한스, 그래서 결국 영원히 자유로운 안식의 세계로 서둘러 떠나버린 한스.학교와 세상에 드리워진 억압의 굴레가 조금만 더 느슨하고,자유로운 영혼의 지평이 좀더 넓게 펼쳐져 있었더라면,한스라는 젊은 영혼은 그렇게 죽어가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한스를 떠올린 것은 지난 6일 이 땅에서 수능시험이 치러지던 날이었다.
시험장을 빠져 나오는 많은 영혼들의 얼굴에 한스의 그림자가 어른대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학 입학이라는 수레바퀴.그 수레바퀴 아래서 그들은 마치 줄기 잘린 나무 형상처럼 비친다.
그들에게 꿈으로 가득찬 봄날은 없다.
이런저런 대책에도 여전히 학교는 입시 지옥에서 멀지 않고,사설학원은 입시를 위한 유격장을 방불케 한다.
이 한스들을 도대체 어찌 할 것인가.
우선 이 한스들을 위해 우리 교육과정에서 평가제도의 적극적인 개선이 요구된다.
현재 진행되는 학습자 중심 7차 교육과정 프로그램은 창의성 계발이나 수행능력 신장 등 여러 면에서 가능성 있는 체계다.
그러나 평가과정에서 그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물론 다양한 수행평가를 강조하고 있긴 하지만,방법과 실제 양면에서 제대로 이루어지기 어렵다.
아직까지 중·고교 현실이 매우 열악하기 때문이다.
지혜로운 방법조차 구안되지 않은 상태에서 교사들의 물리적 희생만 요구해서 될 일이 아니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대학입시에서의 평가제도가 문제다.
입시 자율성이 아직 확립되지 않아,대학별 특성화 다양화 전략이 부족하다.
그러다보니 학생들의 능력신장 과정의 일환으로서 교육적인 평가과정이 아닌,단지 점수와 등급을 매기기 위한 비교육적 평가가 되풀이되고 있다.
대학입시 제도를 포함한 평가제도의 혁신이 없는 한 사교육비 문제나,특정학군 선호로 인한 부동산가격 급등 등 사회 경제적 문제는 물론 진정한 교육개혁을 이룰 수 없다.
이를 위한 기본전제는 둘이다.
대학입시의 전면 자율화와 중·고교 교육현실 개선이다.
지금보다 학급당 학생수를 더 줄이고,양질의 교사를 더 많이 확충해야 한다.
그리고 교사 처우를 현격하게 개선해야 한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교육재정 확충이 불가피하다.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비교육적인 방식의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들이는 그 엄청나게 비교육적인 사교육비나,조기 유학비로 유출되는 그 많은 달러들을 생각해 보자.우리 젊은 영혼들의 오늘과,이 겨레의 내일을 위해 그 돈 중 절반만이라도 학교로 보내면 우리 교육은 성큼 혁신을 알게 될 것이다.
요컨대 좀더 많은 교육세를 기꺼이 내겠다는 국민들의 실천적 의지와,진정한 교육개혁 프로그램을 내실있게 기획,실천하겠다는 교육당국과 전문가들의 노력,그리고 소명과 신명으로 참교육을 실천하는 교육자들의 헌신,이 셋이 어우러질 때 우리 학교는 새롭게 살아날 것이다.
학교가 살아야 나라가 살고,미래와 희망이 열린다.
그럴 때 수레바퀴 아래서 질식한 한스의 비극은 사라질 것이다.
wujoo@sog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