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가까우면서도 우리와는 전혀 다른 모습의 나라이다.


하늘을 찌를 듯 솟은 삼나무 원시림, 풍부한 수산자원과 먹거리, 세계적으로 이름난 온천의 보고(寶庫).


산 바다 온천이 어우러진 일본 혼슈(本州) 동북지방의 아키타(秋田), 야마가타(山形) 2개의 현을 둘러보았다.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지만 여행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볼거리가 많고 편의시설도 잘 갖춰진 떠오르는 휴양지이다.



<> 유백색 온천수에 몸을 담그고 - 아키타현의 도로유(泥湯)


지난해 10월 국제선 항공노선이 처음 개설된 아키타는 미개척 관광지라는 인상을 준다.


이 지역의 온천은 피부가 매끈해진다는 '미인(美人)탕'으로 불리며 온천의 나라 일본에서도 수많은 관광객을 끌어모은다.


현 전체에 14-15곳의 원천(源泉)이 있고 온천지가 1백여 곳이나 된다.


도로유 온천은 집 한채 없는 첩첩산중에 자리잡고 있어 시골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유황 성분이 특히 많다는 이 온천은 고혈압 동맥경화 등에 효능이 있어 '안락천'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단다.


이 온천지에는 4곳의 여관이 있으며 온천탕은 모두 3개(남탕 여탕 혼욕탕)로 되어 있다.


다다미가 깔린 객실방에 짐을 풀고 나면 곱게 개어 둔 유카타를 맨몸에 걸치고 탕으로 향한다.


유카타는 기모노의 변형으로 일본사람들이 실내옷 겸 잠옷으로 입는 옷이다.


탕속에 들어 가기전 귀금속은 모두 풀어놓고 가야 한다.


유황성분 때문에 까맣게 변해 버리기 때문이다.


하얀 수증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노천탕.


유황 냄새가 코를 찌른다.


물빛은 우유를 잔뜩 부어놓은 듯 하다.


탕에 앉아있으면 밖으로 내민 고개 말고는 유백색 물에 가려 몸이 보이지 않는다.


대신 산과 숲의 풍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간혹 바람이 불면 흩날리는 낙엽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하얀 눈이 내릴때는 더욱 운치가 있다고 한다.


대나무를 엮어 세워 중간막이를 해놓아 남녀탕안이 서로 보일락말락 한다.


처음에는 민망하기도 하고 계면쩍기도 한 묘한 기분이지만 금방 익숙해진다.


물의 온도는 섭씨 44-46도 정도.


10분정도 있으니 몸도 마음도 녹녹해지고 시름이 훌훌 날아가 버린다.


도로유 온천에서 한시간 거리에는 '가라와게오유타키'라는 20m 높이의 폭포온천이 있어 천연 노천욕을 즐길 수 있다.


강산성 온천중 하나로 피부병 눈병 등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6월부터 11월 초순에 걸쳐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으나 한겨울에는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 자연 속 노천온천과 산해진미 - 야마가타현의 자오(藏王)


미야기(官城)와 야마가타 두 현에 걸쳐 솟아 있는 자오(藏王) 연봉에는 온천이 셀 수없이 많다.


인근 숙박시설도 전통 일본료칸(旅館)에서부터 고급 펜션, 호텔까지 다양하다.


여관마다 노천온천을 24시간 운영하고 있다.


자오 연봉에 있는 온천은 화산에서 분출된 아황산가스가 녹아들어 PH 1.5의 강산성을 띤다.


옷을 입고 물속에 들어가 있으면 옷이 너덜너덜해지고 구멍이 날 정도란다.


자오온천은 장기 암치료로 유명하며 균 번식을 억제해 무좀 여드름 등 피부병엔 탁월한 효과를 낸다는 것이 온천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더 특이한 경험을 원한다면 자오 대노천온천을 찾아볼 만하다.


2백여명이 동시에 들어갈 수 있는 규모의 노천온천으로 큰 계곡에 자리해 경관이 수려하다.


요금은 성인 1인당 4백50엔.


일본 온천호텔의 숙박료는 대부분 '1박2식'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온천욕이 끝나면 일본 특유의 정식을 맛볼 수있다.


상차림은 모두 독상.


널찍이 떨어진 채 서로 마주 앉아서 음식을 먹는다.


요리는 코스로 제공되는 정식 '가이세키'.


회 조림 구이 찜 찌개 등으로 구성되는데 그 지방의 특산물이 한 두가지씩 포함된다.


사발식 램프위에 소고기 버섯을 버터에 직접 구워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협곡에 자생하는 희귀한 산천어와 산채, 새콤한 맛을 내는 핑크색 국화요리도 특미.


아키타현과 같이 야마가타현의 온천지대는 스키장 골프시설과 연계돼 있다.


이 일대 스키장은 12월 초 개장해 4월말까지 문을 연다.



아키타=김미진 기자 mjk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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