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바보 골퍼 .. 지승룡 <신흥증권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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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ji@shs.co.kr
골프에 대해서는 비난이 만만치 않다.
비용이 많이 들고 환경을 해친다는 비난이 있는가 하면 운동이라기보다 사교에 가깝다는 비난도 있다.
하지만 분명 골프는 엄격한 룰에 의해 운영되는 스포츠다.
물론 아마추어 골퍼들이 골프를 즐기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고,나름대로 즐기는 것은 그야말로 골프하는 사람의 자유다.
프로선수들이 경기하는 것을 보면 어떤 문제에 봉착하는 경우 경기위원까지 불러 어떤 룰에 의해 구제받을 수 있는지의 여부를 살펴보고,다음 진행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질문과 의논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스포츠는 재미와 함께 누가 이기고 지는 것을 겨루는 일이다.
재미있게 하기 위해 룰을 완화시키는 경우도 있지만,너무 완화된 룰은 경기의 승패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결국 경기 자체의 재미를 반감시키는 원인이 된다.
특히 동반자가 같이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대부분의 경기와 달리 골프는 순간적인 위기에 처하는 경우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자유롭게 혼자 그 문제를 처리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잘 쳤다고 생각했던 공이 디보트에 놓이거나 벙커에 들어간 공이 앞사람이 제대로 정리해 놓지 않은 발자국 속에 빠지거나 했을 경우 내 잘못도 아닌데 하는 생각에서 볼을 건드리고 싶은 유혹에 빠질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골프는 특히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생각한다.
자기 스스로 룰을 지키며 골프를 즐겨야 하는 만큼 룰은 곧 자신의 양심인 것이다.
필자는 골프를 배우기 시작할 때부터 좋은 선배와 동반하게 돼 룰을 충실히 지키는 것을 목표로 하게 됐다.
승패를 떠나 그저 룰을 지키며 운동을 하고 싶은 마음 뿐이다.
그것이 바로 골프 자체이고 그 안에 내포돼 있는 골프 철학을 동반자들과 함께 존중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룰을 지키면서 얻은 내 점수가 더욱 소중하게 되고,설사 점수가 나빠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공이 놓여진 그대로 치는 것을 고집하고,완벽하게 알지는 못하지만 룰에 의한 골프를 이야기하는 나를 친구들은 가끔 '바보 골퍼'라 부르기도 하지만,10여년을 지켜 온 골프를 좋아하는 마음을 언제까지라도 이어가고 싶은 것이 내 조그만 골프철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