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대기업들이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갖추게 된 것은 외환위기 이후 기업경영의 화두를 '현금흐름 창출을 통한 생존'으로 삼고 '선택과 집중'에 주력한 결과로 해석된다. 기업들은 그동안 비핵심·저수익사업을 과감히 처분하면서 수익 극대화에 매진해 왔다. 삼성의 경우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제조업 계열사들이 투자목적으로 보유했던 유가증권 매각과 삼성물산의 유통부문 매각,삼성중공업의 사옥 매각 등 무수익·저수익 자산매각과 자산유동화를 적극 추진했다. 삼성 관계자는 "수년간 사상 최대 수익을 거둬 내부자금으로 차입금을 상환하면서 외부 차입금의 절대규모를 대폭 축소시켰다"고 말했다. 지주회사 전환작업을 추진 중인 LG도 구조조정작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해 왔다. 외환위기 이후 LG는 보유지분 매각과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 등으로 65억달러 규모의 외화를 유치했다. 네덜란드 필립스,일본 니코금속,미국 다우케미컬 등 해외 선진기업들과의 합작을 통해 기업경쟁력과 경영투명성 제고에도 적극 나섰다. SK 역시 그동안 한국골프채널과 동률케미칼을 매각하고 경진해운 등을 청산하는 등 비핵심사업을 털어내는데 주력해 왔다. SK에버텍의 스티렌모노머(SM) 공장 및 SK(주)와 SK글로벌이 보유한 SK텔레콤 지분을 모두 매각했다. SK 관계자는 "경기변동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미래지향적 사업구조로 변신시킨 것이 구조조정의 가장 큰 성과"라고 밝혔다. 현대그룹에서 분리된 현대차는 원가절감과 현금흐름을 중시하는 내실경영에 매진해 98년 말 2백%를 넘었던 부채비율이 올해 말에는 95%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차는 풍부한 내부자금을 활용해 부채비율을 더 낮출 수도 있지만 부채 상환보다는 미국 및 중국공장 투자에 대비한다는 입장이다. 포스코도 신세기통신 보유지분을 매각하는 한편 이익이 나는 대로 금융비용이 높은 부채를 서둘러 상환하는 등 재무구조 건실화 작업을 실시했다. 손희식 기자 hssoh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