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볼쇼이 합창단이 러시아 전통악기로 연주하는 발라라이카 오케스트라와 함께 오는 11월3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내한공연을 갖는다. 1928년 창단된 볼쇼이 합창단은 창단 8년만인 1936년 17세기 러시아합창곡과 창작음악 오라토리오 민요 등 다양한 레퍼토리와 최고의 화음으로 유럽음악계를 긴장시켰다. 1950년대에는 '프로코피에프의 오라토리 세계초연'과 '프로코피에프의 칸타타 파리초연 대성공'으로 세계 무대에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볼쇼이 합창단은 70여년의 오랜 전통만큼 특유의 깊은 원숙함과 저음을 바탕으로 한 풍부한 하모니를 자랑한다. 끊어질 듯 끊어질 듯 하면서도 아슬아슬하게 이어지는 피아니시모에서 가슴 뭉클하게 육박해 오는 포르테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노래는 원초적인 슬라브 감정으로 무장돼 있다. 슬라브 음악은 특히 삶의 애환과 정감을 노래하는 우리민족의 감성과 매우 잘 어울리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러시아 음악을 포함해 고전음악과 르네상스 시대의 음악, 현대 레퍼토리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시대의 음악을 넘나드는 것도 볼쇼이의 강점이다. 엄숙한 종교음악은 물론이고 대중적 감흥이 넘치는 오페라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레퍼토리는 대략 5천곡에 육박한다. 그동안 뉴욕의 링컨센터, 파리의 퐁피두 센터, 로마의 콜로세움 극장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공연장에서 순회공연을 가져 왔다. 서구 언론들은 '러시아 음악전통을 가장 잘 간직하면서 현대적 감각을 지닌 합창단'이라고 칭찬했다. 러시아의 작곡가 쇼스타코비치도 "볼쇼이는 우리나라 최고의 합창단이다. 이들과 같은 시대에 함께 일할 수 있다는 것은 내 생애최고의 기쁨이자 영광"이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번 공연의 지휘는 여성인 루드밀라 예르바코바가 맡는다. 지난 83년부터 합창단의 음악감독을 맡고 있는 그녀는 러시아 정부로부터 러시아공화국 공로예술활동가로 훈장을 받기도 한 러시아음악계의 거성이다. 예르바코바는 특히 놀라운 청음력과 섬세한 음악성으로 러시아 음악가중 '지도자'란 칭호를 받고 있는 몇 안되는 음악인이다. 이번 내한공연에서는 러시아 가요 '검은 눈동자'를 비롯 '백학' '어머니' '카츄사' '볼가강의 뱃노래' 등을 들려준다. 또 러시아의 대표적인 성악가인 발레리 미키츠키(테너) 타마라 데칸(소프라노)과 한국의 김인혜(소프라노)가 러시아 음악의 진수를 선보인다. (02)3464-4998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