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저축률 하락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 80년대말 40%를 웃돌던 국민총저축률은 90년대 이후 내림세를 지속, 20%대 중반으로 떨어졌고 가계저축률은 2000년부터 일본 대만 등 주변 경쟁국보다 낮아졌다. 특히 젊은 세대들의 소비 성향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저축률 하락을 주도하고 있어 특별한 대책이 없는 한 앞으로도 저축률 하락 추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정영택 한국은행 국민소득통계팀 차장은 "국가경제가 안정적인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저축률이 일정 수준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며 "아직은 저축률이 투자율을 웃돌고 있지만 최근의 하락추세를 감안할 때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 뒷걸음질치는 가계 저축률 지난 98년 한국의 가계저축률은 26.6%로 일본(17.7%)과 대만(16.9%)보다 높았으나 99년에는 1%포인트 내외로 격차가 좁혀졌고 2000년에는 일본(16.3%)과 대만(16.1%)에 비해 각각 0.7,0.9%포인트 낮은 15.4%로 떨어졌다. 벌어들인 소득에 비해 소비하는 규모가 점차 늘어난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특히 25∼29세 사이의 젊은 세대에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 97년 이후 25∼29세의 저축률은 34.1%에서 23.9%로 10%포인트 이상 급락했다. 이 기간중 25∼29세의 소득증가율보다 소비증가율이 5%포인트가량 꾸준히 높았기 때문이다. 반면 40세 이상 연령층의 저축률은 거의 변화가 없었다. 한편 올 상반기 현재 저축률이 가장 낮은 연령층은 45∼49세(23.8%)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연령층에 비해 교육비 지출이 많았기 때문이다. 45∼49세의 교육비 지출 비중은 17.9%로 가장 높았고 40∼44세(17.1%), 35∼39세(13.0%)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소득계층별로는 저소득층의 저축률이 2000년 -2%를 기록한 뒤 2001년 -2.3%,올 상반기 -3.4%로 감소폭이 커지고 있다. 이에 비해 고소득층의 저축률은 2000년 34.4%에서 지난해 36.2%, 올해 상반기 36.1%로 큰 변화가 없다. 이에 따라 외환위기 이후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저축률 차이는 계속 확대돼 올 상반기 39.5%포인트에 이르렀다. ◆ 저축률 왜 낮아지나 한은은 주택보급률이 높아지면서 내집 마련을 위한 저축의 필요성이 줄었고 금리가 떨어지면서 언제라도 돈을 꿀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 저축률이 낮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들어 부동산 가격이 폭등, 낮은 금리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소득수준이 향상되면서 여가를 위해 지출하는 소비가 증가한 것도 주요인으로 지적됐다. 저축률이 낮다는 건 그만큼 많이 소비하고 있다는 것으로 향후 경기가 둔화될 경우 가계부실의 우려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시중금리까지 상승하면 금융자산이 부족한 저소득층과 젊은 세대들은 대거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게 된다. 저축률 저하가 외채 증가로 이어진다는 점도 문제다. 국내에서 필요자금을 마련하지 못한 기업은 외국에서라도 돈을 꿔와야 하기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저축률의 지나친 하락은 국가의 성장잠재력을 갉아먹는 부작용을 낳게 된다"며 "건전한 소비풍토를 조성할 수 있는 장기적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