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칠레 FTA협상 막판진통] 3년 끈 협상 '금융'에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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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협상이 막바지 진통을 겪고 있다.
금융서비스 시장개방 문제에 대한 첨예한 대립으로 협상 타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양국 협상단이 이 부문에 대한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양국간 FTA 협상은 당분간 미궁속을 벗어나기 힘들 전망이다.
한편으로는 농산물 공산품 등 그동안의 핵심 쟁점에 대해 대부분 합의가 이뤄져 있는 만큼 극적인 막판 타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협상이 전격 타결된다 하더라도 양국간 교역에서 적잖은 비중을 차지하는 일부 핵심 농산물과 공산품이 양허(시장개방) 대상에서 빠진 탓에 '반쪽뿐인 FTA'란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3년여의 협상 과정에서 불거진 정부 부처간 및 이해당사자간 이견 조율 실패와 협상력 부재 문제는 향후의 크고 작은 통상현안 해결을 위해 반드시 걸러져야 할 '숙제'라는 지적이다.
◆막판에 돌출한 걸림돌
현재 양국간에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는 마지막 쟁점은 칠레측의 금융서비스 시장개방 문제다.
재정경제부는 국내 금융회사가 칠레 시장에 자유롭게 진출할 수 있도록 칠레 정부가 금융서비스 시장 자유화를 FTA 대상에 반드시 포함시켜야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지 못할 경우 투자·서비스 부문의 시장개방 효과를 사실상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칠레측은 외환위기 이후 금융시장 선진화를 통해 경쟁력을 키워온 한국 금융회사들이 대거 진출해올 경우 자극 금융산업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서비스 분야를 FTA 대상에서 완전히 제외하거나 시장개방 시기를 대폭 늦추고 개방 업종도 제한하자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시장접근 분야는 사실상 타결
양측은 이번 6차 협상에서 한국의 농수산물 시장과 칠레의 공산품 시장을 서로 맞바꾸는 양허안에 합의했다.
한국측은 국내 농업에 미칠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쌀 사과 배 등 핵심 농산물을 개방 대상에서 뺐고 칠레는 이에 대해 세탁기와 냉장고를 관세철폐 예외품목으로 지정했다.
나머지 공산품과 농·수산물은 단계적으로 관세가 폐지될 예정이다.
양국이 합의한 양허안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은 한·칠레간 FTA가 발효되는 즉시 자동차와 휴대폰 기계류 등을 무관세로 칠레에 수출할 수 있게 된다.
플라스틱 제품과 섬유류 자동차부품 타이어 진공소제기 등은 협정 발효후 5년부터 13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무관세 혜택을 받게 된다.
한국측은 쇠고기 닭고기 감귤 고추 마늘 양파 등의 농산물에 대한 관세철폐 문제는 세계무역기구(WTO)의 '도하 개발 아젠다(DDA·일명 뉴라운드)' 논의 이후로 미뤘다.
반면 칠레는 배합사료와 밀 양모 토마토 등의 농산물에 대해 관세를 물지 않고 한국 시장에서 판매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양고기 과실주스 돼지고기 등 대부분 농산물과 홍어 정어리 등 모든 수산물은 10년내 무관세 혜택을 받게 된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
양측은 이번 협상에서 FTA 협정안에 대한 일괄 타결을 추진중이다.
그러나 양측이 극한 대립을 보이고 있는 금융서비스 분야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추후 협상을 통해 이견 절충을 시도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아직 향후 협상 일정이 잡혀있지 않고 있어 자칫 양국간 FTA 협상 자체가 물건너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높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양국의 협상 타결 의지가 강한 만큼 이번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연내 타결을 재추진할 계획"이라며 "양측이 한발짝씩 양보하지 않을 경우 협상 타결이 차기 정부로 넘어갈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현승윤·정한영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