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은행권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단연 김승유 하나·서울은행 통합추진위원장이다. 통추위는 지난 1일 출범 이후 하루가 멀다하고 수수료 단일화,전산통합 컨설팅사 선정,금융상품 공동판매,합병예비인가 신청 등의 발표를 쏟아내고 있다. 짜여진 시나리오에 따라 진행되듯 발빠른 합병작업에 다른 은행 관계자들도 내심 놀라워하는 눈치다. 이처럼 합병작업이 급물살을 타는 데엔 하나은행의 과거 충청 및 보람은행 합병 경험이 바탕이 됐다. 김 위원장은 실무작업반인 통합추진기획단에 충청 및 보람은행 합병작업에 참여했던 'M&A 드림팀' 멤버들을 대거 배치했다. 또 과거 보람은행 합병 때 만들어 놓은 자료도 다 끄집어내 실무작업반에 넘겼다. 덕분에 통추위 출범전에 이미 향후 일정과 컨틴전시 플랜(위기대응책) 등을 세워놓고 작업에 임할 수 있었다. 하지만 통합기획단 관계자들은 '신속한 통합'에 대한 CEO의 의지를 더 중요한 이유로 꼽는다. 김 위원장은 통추위 출범과 함께 통합일정을 앞당기기 위해 보고라인을 대폭 단축했다. 이에 따라 통합기획단 실무자들은 새벽에도 수시로 김 위원장의 집에 팩스를 보내 결재를 맡는다. 의사결정이 신속하게 이뤄지는 이유다. 그는 합병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히는 두 은행간 직원 화합문제에 대해서도 "문제없을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제일 중요한 것은 '오픈 마인드'입니다. 제가 먼저 마음을 열고 직원들에게 행동으로 보여줄 겁니다." 그가 지난 17일 양병민 서울은행 노조위원장을 찾아가 통합은행 전산시스템 선정과 인력감축 문제 등 통합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눈 것도 이같은 지론에 따른 행동이다. 그는 하나은행 직원들에 대해서도 경고성 메시지를 보냈다. "기득권을 주장하는 직원들은 도태시킬 생갑입니다. 기득권은 능력이 모자라는 사람들이 요구하는 거잖아요." 김 위원장은 꿈이 있다면 '훌륭한 선배 금융인'으로 기억되는 것이라고 한다. '부하직원'이 아닌 '후배 금융인'들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가르쳐 주고 싶다고 말한다. 퇴임 후에는 연수원에서 강사를 하고 싶다는 소망도 갖고 있다. 하나은행을 '금융사관학교'로 만들겠다는 포부다. 최근엔 대주주인 알리안츠와 협의해 드레스너뱅크에 6개월간 파견근무시키는 프로그램도 개발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