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식 매매계약서(관인계약서)가 아닌 '아파트 공급신청 접수증'과 '영수증' 등을 통한 소위 '간이계약' 방식으로 분양권을 사고 파는 행위는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다. 그동안 투기적인 투자자들과 속칭 '떴다방'(이동식 부동산중개업자)들이 이런 방식의 미등기 전매를 상습적으로 해 왔기 때문에 이번 판결은 부동산시장에 파문을 던질 전망이다. 정광영 한국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정부의 부동산투기 억제책으로 분양권 프리미엄이 급락하고 있어 앞서 수천만씩 웃돈을 주고 분양권을 매매했던 사람들이 이번 법원의 '계약무효' 판정을 계기로 소송 러시를 빚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 사건 개요 =조모씨는 지난해 9월 신문가판을 통해 서울 삼성동 현대아이(I)파크 73평형에 당첨된 사실을 알고 이를 확인키 위해 모델하우스를 방문했다가 '떴다방' 한씨를 만났다. 조씨는 남편에게 분양권 전매를 허락받는 대로 정식계약을 체결한다는 조건으로 일단 3천8백만원을 받고 '아파트 공급신청 접수증'과 '일금 삼천팔백만원정, 삼성동 현대아이파크 73평형 접수상태'란 내용이 담긴 '영수증'을 한씨에게 넘겼다. 조씨가 한씨에게 넘긴 접수증은 하룻밤 사이에 '떴다방'과 아파트 수요자들을 거치는 동안 2백만∼5백만원씩의 프리미엄이 붙어 최종적으로 이 재판의 원고인 유모씨에게 5천만원에 전매됐다. 최종 계약자인 유씨는 관인계약서를 통해 정식계약을 맺었지만 중간에서 미등기 전매를 한 3명은 아파트 최초 당첨자인 조씨와 '떴다방' 한씨의 경우처럼 '접수증'과 '영수증'만으로 분양권을 넘기고 전매 대금을 받았다. 조씨는 접수증을 넘긴 그날 밤 남편의 반대에 부딪혀 다음날 오전 한씨에게 분양권을 팔지 않겠다는 뜻을 알렸으나 한씨의 거부로 접수증을 회수할 수 없었다. 이렇게 되자 조씨는 아파트분양 회사에 접수증 분실신고를 하고 재발급받은 다음 아파트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떴다방으로부터 분양권을 소개받아 샀던 유씨는 최초 아파트 당첨자 조씨와 '떴다방' 한씨 등을 상대로 분양권 양도절차를 이행하라며 소송을 냈다. ◆ 법원 판결 =서울지법 민사합의 29부(재판장 곽종훈 부장판사)는 14일 판결문에서 "최초 아파트 분양자인 조씨가 정식 매매계약서 작성 없이 '아파트 공급신청 접수증'을 넘기고 돈을 받았다는 '영수증'을 줬다는 행위만으로는 분양권 양도계약이 성립됐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계약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매매 목적물과 매매대금, 대금 지급방식, 소유권 이전방법 등 계약 핵심부분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가 있어야 한다"며 "단지 '아파트 공급신청 접수증'과 전매 대금을 받았다는 '영수증'만으로는 분양권 양도가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