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22:34
수정2006.04.02 22:38
광고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은 "팔방미인"이란 말을 듣는다.
이것저것 두루 잘 해야 한다는 뜻이다.
바쁘기로도 유명하다.
최고경영자들이 모이는 곳이면 어디든 얼굴을 내밀어야 한다.
예비광고주들을 만나 안면을 터야 하기 때문이다.
내부적으로는 이직률이 높은 광고업계 특성상 임직원들의 끈끈한 단합을 유도하지 않으면 안된다.
최근 광고업계에서 "팔방미인"으로 주목받는 CEO 두 사람이 있다.
대홍기획 김광호(54)사장과 오리콤 전풍(48)사장이 주인공이다.
대홍기획과 오리콤은 최근 새 광고 경쟁 PT(프리젠테이션)에서 연승을 거뒀다.
물론 실무 담당자들이 애를 쓴 결과이지만 양사 CEO들의 리더십도 큰 역할을 했다고 광고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김 사장과 전 사장은 여로모로 닮았다.
우선 광고업계 밖에서 경력을 쌓아 광고 자체보다 경영이 주특기란 점에서 비슷하다.
또 회사의 전통을 과감하게 바꿔 급변하는 광고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는 점에서도 다를 바 없다.
대홍기획의 김광호 사장은 롯데제과와 롯데그룹 기획실에서 경력을 쌓은 후 지난 87년 광고계에 뛰어들었다.
대홍기획 대표이사에 선임된 시기는 재작년 3월.김 사장이 취임했을 때 대홍기획은 사장이 제작일선에서 직접 작업을 지휘하는 회사였다.
소비자와 광고주의 성향이 수시로 바뀌는 광고계의 현실에서 사장주도형 광고는 무난한 광고일 수는 있었지만 지나치게 천편일률적이라는 단점이 있었다.
김 사장은 "기존 메뉴얼을 토대로 광고를 만들다 보니 80점짜리 광고는 쉽게 만들 수 있었지만 1백점짜리 광고는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고 말한다.
김 사장은 지난 5월 인트라넷에 "격문"을 올려 "시대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광고인은 광고인이란 호칭을 버려라"라고 사원들을 질타했다.
아울러 본부별 권한을 명확히 하는 "책임경영제도"를 통해 결과에 책임을 지게 했다.
절치부심의 결과는 실적으로 나타났다.
지난 9월부터 현재까지 대홍기획은 경쟁 PT에서 연승을 기록하며 새롬기술 쿠쿠 다음 등 연간 광고비가 총 3백억원에 이르는 굵직한 광고주들을 새로 영입했다.
오리콤의 전풍 사장은 질레트 오랄비 등 외국계 기업의 CEO를 두루 역임한 전문경영인이다.
두산 주류BG의 부사장이었던 그가 오리콤 대표이사로 취임한 시기는 올 2월.당시 오리콤의 성적은 저조했다.
경쟁 PT에서 오리컴이 거둔 성적은 1할8푼(18%).광고회사의 PT 승율이 2할5푼(25%) 안팎인 점을 생각하면 밑바닥 성적이었다.
전 사장은 계속 밖으로 빠져나가는 인재들을 붙드는데 주력하는 한편 회사 분위기 쇄신에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다.
사장과 직원들이 함께 맥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해피아워"란 모임을 만들었고 사장과 사원이 만나 의견을 교환하는 "타운미팅" 제도를 도입했다.
오리콤 출신들이 만든 광고회사 만보사를 인수한 것도 전략과 크리에이티브를 강화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그 결과 지난달 경쟁 PT에서 5연승을 거뒀다.
LG칼텍스,KTF용 단말기 브랜드인 "EVER",웅진코웨이 등을 광고주로 영입하면서 총 2백70억원에 이르는 신규 물량을 확보했다.
전 사장은 "오리콤은 국내 최초의 광고회사로 그동안 광고인을 키워내는 "광고사관학교"로 명성이 높았다"며 "최근 분위기 쇄신으로 회사를 나갔던 인재들이 속속 돌아오고 있기 때문에 전망은 매우 밝다"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