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美 대학자들의 '겸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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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버넌 스미스 조지 메이슨대학 교수의 기자회견이 끝난 후 한국경제에 대한 견해를 묻기 위해 별도로 시간을 빼앗았지만 아무런 답변도 듣지 못했다.
"한국경제에 대해선 특별히 아는 게 없습니다.
아무런 코멘트도 하지 않겠습니다." 실험경제학 분야의 대가로 공인받은 그였지만 자신의 전공분야가 아닌 질문에는 애써 답변을 하려 하지 않았다.
한두마디의 평가라도 해달라고 졸랐지만 몰라서 미안하다며 발걸음을 돌렸다.
통화주의학파의 태두로 인정받고 있는 밀턴 프리드먼 교수를 샌프란시스코 자택에서 7일 만났을 때도 한국경제에 대한 평가를 요청했지만 시원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
프리드먼 교수는 인터뷰 직전 신문 등을 통해 한국경제나 북한의 개방소식을 접하고 있다고 했다.
90세의 노학자이지만 많은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자세한 얘기를 들을 수 있겠다 싶어 인터뷰가 말미로 접어들면서 화제를 한국경제로 돌렸다.
하지만 인터뷰 직전과 달리 말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존 메이나드 케인스와 함께 경제학계의 최고봉을 이룬 대학자로서 한마디 할 법했지만 한국경제는 자신의 전문분야가 아닌데다 깊이있게 연구하지 못해 평가하고 싶지 않다는 겸손을 보였다.
비단 프리드먼이나 스미스 교수가 아니더라도 미 경제학자들은 전공이 아닌 분야에 대해 말을 극도로 아낀다.
이라크 전쟁,국제원유가격 동향,북한의 경제개방등 특정 주제를 논의하기 위해 경제학 교수나 싱크탱크의 전문가들을 자주 만나지만,자신의 전문분야 이외로는 절대 대화를 넓히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토론회나 세미나가 열리면 으레 그 분야의 전문가들만 초청받게 된다.
나이가 적거나 직위가 낮아도 전문가로서 확실하게 예우를 받는 게 이쪽의 관행이다.
극히 일부에 불과하겠지만 한국의 경우 유명세가 있다고 해서 분야를 가리지 않고 언론이나 토론회에 단골손님으로 등장하는 교수나 학자들이 있다.
미국처럼 좁은 분야지만 한 우물만을 파는 겸손한 전문가들이 늘어나 '장사꾼'학자들을 대체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해본다.
워싱턴=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