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한림원은 10일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헝가리 작가 임레 케르테스(73)를 선정했다. 1929년 부다페스트에서 태어난 케르테스는 나치 치하에서 겪은 아우슈비츠 수용소 체험을 바탕으로 폭력적인 사회제도 아래에서 신음하는 개인의 자유와 그들이 극한상황에서 살아남는 모습을 작품으로 형상화해 왔다. 아우슈비츠를 거쳐 부헨발트 수용소에서 해방을 맞은 그는 헝가리로 돌아와 '빌라고샤그'(개명·開明)지의 기자로 2년간 일했으며 드라마 대본 및 니체,비트겐슈타인 등의 철학서를 헝가리어로 번역하기도 했다. 그는 1975년 첫소설인 '페이트리스(Fateless,운명없는 인간들)'에서 독일군에 체포돼 나치 강제수용소로 보내졌지만 그곳에 잘 적응해 끝내는 생존하는 젊은 주인공 '쾨베'의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그리고 있다. 1990년에는 '태어나지 못한 아이를 위한 기도'라는 작품을 통해 서구문명의 어두운 단면을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작가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1992년에 펴낸 픽션형식의 일기 '갤리 다이어리(Galley Diary)'에서 케르테스는 파스칼,괴테,쇼펜하우어,카프카,카뮈 등과 대화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지적인 지평의 전모를 보여주기도 했다. 케르테스는 브란덴부르크문학상(1995년),라이프치히출판상(97년),벨트문학상(2000년) 등을 받았다. 그는 현재 유럽 공산주의의 몰락을 그린 '청산'이라는 제목의 소설을 집필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독일 베를린의 한 연구소에 체류중인 케르테스는 노벨문학상 수상소식이 알려지자 "나와 헝가리문학의 영광"이라면서 "개인적으로는 경제적으로 좀 더 평화로운 삶을 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