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22:27
수정2006.04.02 22:30
아시아 육상에서 중국과 일본의 공고했던 양강 체제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부산아시안게임 육상에서 45개의 금메달중 31개가 주인을 찾아간 11일 현재 중국(금 8개)과 인도(금 6개), 사우디아라비아(금 5개)가 새로운 3강을 형성하고 있고일본은 단 2개의 금메달을 차지하는데 그쳤다.
중국은 여전히 가장 많은 금메달을 차지하며 자존심을 지키고 있기는 하지만 90년 베이징대회(금 29개)를 정점으로 시작된 하락세는 더욱 심화되는 양상이다.
아시아에서 2인자 자리를 지켜오던 일본의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방콕대회에서 12개의 금메달을 차지하며 중국과의 격차를 3개로 줄여 내심 이번에는 중국을 추월할 생각이었지만 사상 최악의 성적을 우려할 판이다.
70년대 이후 아시아 육상의 맹주 자리를 지켜오던 중국과 일본의 아성을 무너뜨린 장본인은 바로 인도와 사우디.
인도와 사우디는 그동안 집중적인 투자가 결실을 맺으면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80년대까지 항상 4∼5개의 금메달을 가져갔지만 90년대 들어 하향세로 돌아섰던인도는 우먼파워를 앞세워 화려한 부활을 선언하고 있다.
인도는 6개의 금메달 가운데 5개(200m.800m.1500m.원반던지기.멀리뛰기)를여자가 일구며 여자부를 거의 싹쓸이하던 중국을 견제했다.
남자에는 사우디의 활약이 돋보였다. 사우디는 5개의 금메달 가운데 일본이 확실한 금메달 종목으로 여기고 있던 남자트랙에서만 4개를 따며 일본에 직격탄을날렸다.
특히 일본으로서는 남자 100m와 400m허들에서 세계적인 스타로 자랑이 대단하던 아사하라 노부하루와 다메스에 다이가 연달아 무너진 것은 충격에 가까웠다.
사우디 외에도 지난 86년 서울대회 이후 메달 획득에 실패해오던 바레인이 남자800m에서 깜짝 금메달을 따고, 쿠웨이트와 카타르도 각각 남자 400m와 3000m 장애물에서 정상에 오르는 등 중동의 모래바람은 어느 때보다 거세게 불고 있다.
이들의 틈바구니에서 한국과 카자흐스탄은 나름대로 선전하고 있다.
한국은 남자 800m에서 바레인의 돌풍에 휩쓸려 5연패에 실패하기는 했지만 여자창던지기에서 이영선이 의외의 금메달을 따고 남자 높이뛰기에서도 이진택이 2연패에 성공하며 주최국의 자존심을 지켰다.
또한 노유연(여 5000m)과 지영준(남 5000m), 정윤희(여 10000m) 등 유망주들의 선전도 돋보인다.
94년 히로시마대회부터 아시안게임에 참가해 두 대회 연속 금메달 4개를 차지했던 카자흐스탄도 현재까지 3개의 금메달을 따 최소한 평년작은 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육상에서 남은 금메달은 남녀 마라톤 등 14개다.
과연 중국과 일본이 구겨진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을지, 아니면 인도와 중동이파란을 이어갈 수 있을 지 막판으로 치닫는 아시안게임의 최대 관심사다.
(부산=연합뉴스) transi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