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노벨상 수상의 '원동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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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로 졸업한 학생을 교수로 채용하는 대학은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일본에 11번째 노벨상(물리학상)을 안겨준 고시바 마사토시 도쿄대 명예교수(76)가 기자회견에서 꺼낸 첫마디는 '괴짜'로 알려진 그의 성격을 족히 짐작케 했다.
노벨상 수상으로 학문적 업적이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게 됐지만,그의 인생항로는 '기행'과 '굴곡'의 연속이었다.
고교 시절 그는 교칙위반을 밥먹듯 해 '악질'로 통했다고 동문들은 전한다.
물리학을 전공하게 된 동기도 별났다.
"물리를 잘 못하니 물리학과 진학은 어림없을 것"이란 교사의 말에 오기로 물리학과를 택했다.
도쿄대 배지를 달았지만 성적은 바닥이었다.
실험에서만 '우'가 2개일 뿐,나머지는 '양'이 10개,'가'가 4개였을 정도였다.
그러나 그에게는 시련과 주위의 편견에 좌절하지 않는 강인한 지성이 고귀한 자산으로 버티고 있었다.
미국 대학에 입학허가서를 신청할 때 추천서에 '성적은 좋지 않지만 바보는 아니다'고 써넣을 만큼 배짱도 있었다.
자신만의 연구에 매달리며 인생을 바친 그를 두고 주위에서는 '소자물리학의 대부'로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일본학계에서는 10년 후에 값이 오를 주식을 찾아내는 눈을 가진 그에게 이제야 상이 돌아간 것은 늦은 감이 있다는 소리도 들리고 있다.
2000년 화학상 수상자인 시라카와 히데키 쓰쿠바대 명예교수의 말대로 3년 연속 과학부문에서 노벨상을 받음에 따라 일본의 기초과학은 세계정상급 수준임을 공인받게 됐다.
학술부문의 수상자를 한명도 내지 못한 한국에 일본의 쾌거가 연구·관찰 대상으로 부각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학문의 독창성과 자유가 으뜸입니다."(나가오 마코토 교토대 총장) "학생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 지 자문한 후 전력투구하는 게 첫걸음입니다."(노요리 료지 2001년 노벨화학상 수상자)
기자가 만난 일본의 지성들은 "학생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을 택해 자신의 젊음을 바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고시바 명예교수의 프로필에서도 독창성과 자유,그리고 자신의 의지라는 보석이 빛나고 있었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