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위성통신 장비에서 화장품과 면도날에 이르기까지 첨단기술이 조금이라도 스며들지 않은 제품은 이제 거의 없습니다. 따라서 시장의 미래를 읽는 비전을 갖춘 경영자가 필요한 것과 동시에 기술을 잘 알고 시장지배력을 지닌 '챔피언 제품'을 구현해 낼 기술경영자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김상훈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기업이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 게이츠 회장처럼 기술의 전문성과 마케팅 역량까지 겸비한 최고경영자를 가지는 것도 좋겠지만 기술과 마케팅의 상호협력과 견제의 역학을 충분히 활용하기 위해서는 각자의 전문성을 가진 이른바 '경영의 드림팀'을 구성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최근들어 각 기업이 기술경영의 중요성을 깨닫고 기술담당 최고경영자(CTO)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며 "다만 CEO와의 효율적인 결합을 통해 CTO가 능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기업환경이 바뀌어야 하는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주변의 벤처사업가들로부터 기술력은 경쟁사보다 뛰어난데 마케팅 능력이 부족해 시장에서 선도지위를 빼앗겼다는 말을 흔히 듣게 된다"며 "기술이 중요한가, 마케팅이 중요한가 하는 질문은 사실 질문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케팅이 고객의 욕구를 정확히 알아내는 도구라면 기술은 파악된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최선의 제품을 만들어 내는 노하우라는 것이다. 또 기술력이 우수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개선하는 역량이라면 마케팅력은 그러한 우수 제품을 고객에게 잘 알리고 전달하는 능력이므로 둘 중 어느 하나도 부족하거나 모자라서는 곤란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김 교수는 "기술과 마케팅의 밀착관계는 애플이나 소니 같은 우량 하이테크 기업들의 최고경영층에 극명하게 반영돼 있다"며 "애플은 스티브 잡스라는 탁월한 마케팅 능력을 가진 경영자와 그의 아이디어를 기술적으로 뒷받침한 스티브 워즈니악이라는 스타 엔지니어가 있었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소니 역시 천부적 상인기질과 화술을 가진 마케팅맨인 모리타 아키오와 재능있는 엔지니어였던 이부카 마사루의 환상적인 결합으로 대성공을 거뒀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국내 기업들이 세계 최고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애플의 스티브 워즈니악이나 소니의 이부카처럼 기업 내부 종업원들의 우상이 될 정도로 인기 있고 능력 있는 스타 엔지니어가 많이 나타나야 하고 이들이 최고 경영층에 합류해야 한다"며 "21세기는 기술에 대한 CEO의 이해가 기업생존의 필수요건"이라고 강조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