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금융읽기] 네가지 금융현안에 대한 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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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주요 경제현안을 놓고 많은 논란이 빚어지고 있는 때도 없었던 것 같다.
그중에서 금융현안으로는 금리인상과 원화의 디노미네이션,고액권 발행과 적정외환보유고 문제가 대표적이다.
금리인상은 올 들어 한국은행과 재경부 간에 지속적으로 갈등을 빚어온 현안이다.
이 문제에 대해 전윤철 부총리를 비롯해 재경부의 입장은 이렇다.
'현재 시중 유동성이 풍부한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처럼 국제금융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 금리를 올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반면 박승 한은 총재는 '현안인 부동산 투기와 인플레를 막기 위해서는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견해다.
'설령 미국경제가 재침체에 빠진다 하더라도 우리 경제는 잠재수준 이상의 성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금리를 올려도 큰 부작용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양측의 주장은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중요한 것은 우리처럼 소규모 개방국가가 정책을 변경할 때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안은 대외환경 불안에 따른 완충능력을 확보하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 금리인상은 바람직하지 않다.
대신 총액대출한도 축소와 같은 수단을 통해 유동성을 조절하는 조합은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금리인상 문제와 함께 원화의 디노미네이션에 대해서도 한은과 재경부 간 입장차이가 뚜렷하다.
디노미네이션에 대해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박승 한은 총재는 '우리 경제 위상에 걸맞은 통화를 운영하고 남북통일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디노미네이션이 반드시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재경부는 '현재 우리는 디노미네이션을 추진할 만큼 경제가 불안하지 않다'며 '오히려 현 시점에서 일종의 화폐개혁인 디노미네이션을 단행할 경우 경제적으로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라는 입장이다.
원화의 디노미네이션은 언젠가는 추진해야 한다.
문제는 정책추진에 따른 비용이 워낙 크다는 점이다.
현 시점에서 원화의 디노미네이션을 추진할 경우 예상되는 긍정적인 효과보다는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크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할 현안이다.
또 하나 갈등을 빚고 있는 것이 고액권 발행이다.
원화의 디노미네이션과 함께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박승 한은 총재는 '화폐의 본질적 기능인 거래의 편리성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경제규모에 걸맞은 권종(券種)을 가져야 되고 막대한 수표발행 비용을 줄이기 위해 고액권을 발행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일부 재경부 관계자들은 현행 화폐사용에 따른 큰 불편이 없는 상황에서 고액권을 발행할 경우 인플레가 유발되면서 뇌물수단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들어 부정적이다.
정책당국의 의견차와 관계없이 이 문제는 국민들이 화폐사용에 따른 불편함을 얼마나 느끼고 있는가가 중요하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자의 81%가 고액권 발행에 찬성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고액권 발행은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현 시점에서 외환보유고를 추가적으로 적립해야 하는가 하는 점에 대해서도 견해가 엇갈린다.
박승 총재는 종전의 입장을 바꿔'추가적으로 적립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일부 재경부 관계자들은 오히려 '이제는 운용수익을 적립하는 것 이외에 인위적인 추가 적립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 문제는 기회비용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9월 말 현재 우리나라의 외환보유고는 1천1백67억달러로 모든 판단기준으로 볼 때 적정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상대적으로 국민경제 효율의 측면에서 보면 외화가 필요한 곳이 많다.
지금은 추가 적립보다는 과다보유분을 잘 운용해서 외화보유에 따른 기회비용을 줄이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