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빈(楊斌) 북한 신의주 특별행정장관이 중국 당국에 전격 체포됨에 따라 북한이 야심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신의주 경제특구의 앞날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적어도 양 장관 주도하의 특구개발 계획은 물건너 가는 것 아니냐는 성급한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동시에 그를 신의주 초대 행정장관으로 임명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북한 당국 역시 곤혹스런 입장에 처하게 됐다. ◆ 신의주 경제특구 어떻게 되나 적어도 양 장관의 신변 문제만으로 계획 자체가 철회되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 일반적이다. 신의주 경제특구 발표는 전격적으로 이뤄졌지만 북한 당국이 내부적으로는 1년 6개월동안이나 다방면으로 검토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신의주지역 주민들의 이주를 위해 지난 5월부터 남신의주에 50만평 규모의 신도시를 건설하고 있으며 각종 산업단지의 이주계획도 속속 내놓고 있다. 또 서방에 변화의 메시지를 잇따라 보내고 있는 북한 당국으로선 개방의 상징처럼 부각된 신의주 특구를 쉽게 무산시킬 수는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양 장관을 둘러싼 논란이 북한의 개방에 대한 대외 신인도를 결정적으로 떨어뜨리고 있다는 측면에서 신의주 개발의 '속도 조절' 또는 부분적인 수정작업은 불가피할 것으로 점쳐진다. ◆ 투자 신중론 제기될 듯 전문가들은 신의주 특구가 성공하려면 북한이 중국의 견제와 서방 투자자들의 불신을 해소하는데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서방 자본 유치못지 않게 중국-신의주-한국을 연결하는 경제적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중국 공안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의해 임명된 북한 장관을 서슴없이 체포한데서도 드러났듯이 중국 당국은 신의주 개발계획에 뭔가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상복 남북교역투자협의회 회장은 "중국 당국은 신의주 특구로 인해 현재 중국에 진출해 있는 한국업체들이 이탈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것 같다"며 "양빈의 체포는 이같은 경계심을 드러낸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동안 신의주 특구 개발에 의아해하던 한국기업들 역시 현지 투자에 더욱 보수적인 잣대를 들이댈 것으로 보인다. 주요 기업들 사이에 북한 진출에 대한 신중론이 득세할 것이라는 얘기다. 우리 기업들 입장에서는 북한 진출 문제를 차분하게 짚어볼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 북한 당국 어떻게 할까 북한측은 신의주 특구를 발표하면서 양 장관에 상당한 힘을 실어줬다. 세부 개발계획 역시 양 장관과 조율을 거쳤다고 한다. 하지만 신의주내 입법 행정 사법에 대한 실무진 구성이 되지 않고 출입국 절차와 투자유치 등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도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번 일이 일어나 내부적으로 상당한 혼선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일단 세무관계를 비롯해 양 장관의 중국내 개인적 비즈니스 문제가 어떤 식으로 해결될지를 지켜볼 것 같다. 경우에 따라 양 장관의 '낙마'를 결정할 수도 있지만 이 경우 또 다른 인물을 찾아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결국 북측은 어떤 형태로든 신의주 특구개발의 불씨를 살려 놓되 개발주체와 방식에 대해서는 중국과 조율을 거칠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서동만 상지대 교수는 "중국이나 북한이 이 문제를 놓고 극한 대결을 펼칠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양측은 서로 부담을 덜면서 이익을 챙기는 선에서 적절하게 타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일훈.김미리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