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현지 시간)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 구내 본부건물 앞에서 50대 한국계 미국인 남자가 공중을 향해 여러차례 총기를 발사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일리노이주 데스 플레인스 출신의 스티브 김(57) 씨로신원을 밝힌 이 남자는 북한의 인권상황을 비난하는 유인물을 공중에 뿌렸으며 총기를 발사한 즉시 경찰에 체포돼 구금됐다. 이 사건으로 다친 사람은 없었으나 총알 몇발이 유엔본부 건물 18층과 20층에맞았으며 근무 중이던 유엔 직원들 가운데 일부가 날아든 총알에 거의 맞을 뻔 했다고 유엔 관계자들이 밝혔다. 김씨가 뿌린 유인물은 손으로 쓴 글씨의 영어로 "빛나는 문명의 21세기에 세계대부분의 사람들은 평화와 자유를 누리고 있으나 북한은 기아와 독재적 억압에 신음하고 있다"면서 북한 인권상황을 비난했다. ▲사건개요=이날 오후 1시 10분(한국시각 4일 오전 2시 10분) 1.5-1.8m 높이의유엔본부 담장을 뛰어넘어 구내로 진입한 김씨는 곧 허공을 향해 7차례 총을 발사했다. 목격자들은 김씨가 특정한 방향을 겨누거나 사람을 향해 총을 쏘려는 의도는 없는 것으로 보였다고 전했다. 김씨는 차량출입용인 43번가쪽 출입문 안 연못가에서 몇차례 총을 쏜 뒤 지니고있던 유인물을 뿌렸다. 김씨는 유엔본부 건물과 구내 곳곳에서 달려나온 보안요원들에게 붙잡혀 뉴욕 경찰에 넘겨졌다. 때마침 유엔을 방문 중이던 글라프코스 클레리데스 키프로스 대통령 경호를 위해 유엔본부 구내에 배치돼 있던 미국 비밀경호국 요원들이 김씨의 체포를 도왔으며이 과정에서 김씨의 반항은 없었다. ▲김씨의 주장=김씨는 `자유와 정의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라는 제목의 유인물에서 북한의 인권상황을 비난했다. 유인물은 "북한에서는 모든 것이 `위대한 김정일 장군' 소유여서 사람들이 가장 기본적인 인권조차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엔 시민 스티브 김, 2002년 10월2일'이라는 구절로 마무리된 이 전단은 손으로 쓰여졌으며 영어 문장 곳곳에 철자가 잘못된 단어들이 포함돼 있어 조직적으로준비된 문건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당시 한스 블릭스 유엔 무기사찰단장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유엔의 이라크무기사찰 재개에 관해 협의를 벌이고 있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클레리데스 대통령을 비롯한 키프로스 방문단을 접견 중이었으나 김씨의 총격은 이와는 무관한 것으로 일단 추정된다. ▲피해상황과 파장=김씨의 총격으로 인한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총알이 유엔본부건물의 18층 여자 화장실과 20층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사무실에 맞아 부상 또는 사망자가 나올 뻔했다. 9.11 이후 유엔 시설에 대한 경비가 한층 강화된 상황에서 총기를 소지한 침입자가 유엔 구내에 쉽게 진입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많은 문제점이 지적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엔 경비책임자 스티브 매컨 씨는 이 사건은 아난 총장의 유엔 현대화계획에제시된 경비강화 방안이 얼마나 필요한 조치인지를 잘 드러낸 계기가 됐다고 지적했다. 뉴욕 경찰은 김씨의 총격 사건 직후 유엔 본부로 통하는 1번 애비뉴를 봉쇄하고방문자의 유엔본부 출입을 통제했으며 유엔본부 요원들은 각 층별로 총탄 등 사건증거를 세밀히 수색했다. 김씨는 연방수사국(FBI)이 참여하는 경찰 수사를 받은 후 사법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돌출행동일 가능성이 크지만 김씨의 신원과 동기가 정확히 드러나지 않은 이상 이 사건이 남북 문제와 탈북자 문제 등과 관련해 파문을 불러올 가능성이 없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FBI는 김씨가 북한 출신이라는 설에 대해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뉴욕=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 cwhy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