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의 연쇄적인 기업 인수를 놓고 유통업계에서 말이 많다. 롯데 당사자들은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인다. "얼마 안되는 돈인데 왜 그렇게 난리인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경쟁업체 관계자들의 반응은 다르다. "자금동원능력이 놀랍다"는 사람도 있고 "경제가 불투명한데 왜 돈을 퍼붓는지 모르겠다"는 사람도 있다. 롯데그룹은 올 들어 왕성한 기업인수 의욕을 과시했다. 지난 5월엔 외식업체인 TGI프라데이스를 전격 인수해 외식업계 전체에 경계경보를 울렸다. 2개월 후인 7월에는 미도파백화점 인수를 발표,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을 놀라게 했다. 이어 9월에는 서울 미도파 메트로점과 롯데백화점 본점 사이에 있는 옛 한일은행 본점 건물을 사들여 그 일대를 '롯데타운'으로 만들었고 최근에는 동양카드를 인수,마침내 숙원사업 중 하나인 카드업에도 진출했다. 롯데가 기업·건물 인수에 들인 비용은 총 7천9백억원.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이렇게 많은 돈을 일시에 동원할 수 있는 롯데의 '괴력'에 놀라고 있다. 유통업체 한 임원은 "팔순의 신격호 회장이 일본에 있는 롯데 돈을 고국으로 가져오는 게 아니겠느냐"며 "경제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1조원에 가까운 돈을 쏟아붓는 배짱도 놀랍다"고 말했다. 롯데의 영토확장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하는 이들도 있다. 롯데가 유통·서비스 각 부문에서 왕좌를 차지할 경우 잘못된 경영 행태가 확산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예를 들어 협력업체에 대한 롯데백화점의 횡포는 입점업체들 사이에 공공연한 비밀이다. 경쟁업체에 뒤진 지역의 점포장들은 입점업체들을 카드 회원이나 매출 늘리기에 동원하기도 한다. 서울 강남점에서는 외국 화장품업체 매출을 늘려주기 위해 입점 의류업체들을 동원,빈축을 사기도 했다. 내부 고객인 직원들에 대한 대우도 이른바 '백화점 빅3' 중에서 꼴찌를 달리고 있다. 내외부 고객 만족이 생명인 유통·서비스업에서 맏형격인 롯데의 이같은 행태는 업계 전체를 오도할 가능성이 크다. 롯데의 무한 영토확장을 보면서 유통 전문가들이 찬사보다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류시훈 산업부 생활경제팀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