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공학분야 대학생(약 55만1천명)중 여학생은 14.2%에 불과하다. 공대 교수들(8천4백87명)중 여교수 비율은 고작 1.9%다. 국내 과학기술분야 연구개발인력(17만8천9백명) 가운데 여성은 11.1%, 정부출연연구소 정규직 연구원(5천5백75명) 가운데 여성은 7.5%에 각각 머무르고 있다. 이공계 분야에서 여성들이 푸대접을 받고 있음을 확인할수 있게 해주는 지표들이다. 여성 비중이 높은 기술 강국들과는 대조적이다. 미국의 경우 과학기술 분야 여성의 비중은 24.7%, 러시아는 44.3%에 이르고 있다. 이제 한국도 여성 과학기술 인력을 키워내야 할 때다. 여성 과학두뇌를 제대로 활용할 때 기술강국을 앞당겨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성연구원 자리 늘려야 =정부출연연구소와 기업체 부설연구소의 여성인력이 너무 적다. 이뿐만 아니다. 승진도 무척 어렵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조사 결과 지난 2000년 기업체 연구소에서 근무하는 여성 연구원의 평균 재직기간은 4년2개월. 직위별로는 연구원이 66%인데 비해 연구소장은 0.3%에 머물렀다. 하위직인 원급 정부출연연구소 연구원의 15.6%가 여성이다. 책임급 비중은 2.8%에 불과했다. 젊은 여성 연구원들이 "비전이 없다"며 연구소를 떠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문제를 풀기 위해선 '채용목표제'를 확대 강화해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25개 정부출연연구소는 지난 2001년 9월부터 채용목표제를 실시하고 있다. 2002년엔 신규 채용인력의 10%, 2006년까지는 15%, 2010년까지는 20%를 여성으로 뽑기로 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이은경 박사는 "대학도 조속히 이 제도를 적용해야 하며 기업도 이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성을 배려하는 기업에 세제 혜택 등을 주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여성개발원의 김영옥 연구원은 '여성 객원연구원, 객원교수, 초빙교수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여학생의 이공계대학 진학 유도해야 =국내 공대의 여학생 비중은 평균 14.2%. 서울대공대는 10.8%로 평균치에 못미친다. 미국 독일 등에 비해 훨씬 낮다. 미국 MIT의 여학생 비중은 41.1%, 독일 베를린공대는 36.6%에 이른다. 국내 7개 여자대학중 공대가 있는 곳은 이화여대뿐이다. 여학생들이 이학(자연계) 계열에 몰려 있다는 것도 문제의 하나다. 이학계열의 경우 여학생은 39.1%에 이르고 있다. 이에 비해 사회적 수요가 많은 이공계 분야에선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2001년에 자연계 출신으로 취업한 여학생중 37.8%는 전공과 다른 분야로 진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이공계 여대생들이 전공을 살릴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학 전공생들에 대해서는 복수전공이나 공학계 대학원 진학유도, 취업정보 제공 등으로 취업률을 높여 줘야 한다는 것이다. 공학 계열 학생에 대해서는 소수로서 겪는 어려움을 제거하기 위한 '고충처리위원회'(가칭)를 설립하고 현장경험을 키우기 위한 연수 프로그램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남녀 성에 대한 인식 바꿔야 =2001년 신입생들까지 적용됐던 국내 6차 교육과정에서 여학생은 가정, 남학생은 기술.산업 과목을 각각 수강토록 했다. 이같은 구분은 '학문과 성에 대한 편견'을 고착화시키는 부작용을 일으켰다. 기계공학.건축공학 등의 기초가 되는 기술 과목을 청소년기에 배우지 않은 여학생들은 공대에 대해 편견을 가질 수 이다. 개정된 교과서에서도 '직업과 성'에 대한 고정관념은 여전하다. 중.고교 영어 교과서도 남성의 직업으로 공학기사 교수 건축가 전기기사 배관공 등을, 여성의 경우 은행원 비서 판매원 가수 스튜어디스 등을 꼽고 있다. 여학생들에게 이공계 분야를 제대로 가르쳐 주지도 않으면서 어떻게 과학기술인이 되도록 기대할 수 있느냐는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관계자들은 과학캠프, 특강 등을 통해 초.중.고 여학생들이 과학분야를 지원할 수 있도록 동기를 유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공계 여대생들이 전공을 살려 취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각종 프로그램을 마련,시행해야 할 필요도 있다. 여성 과학기술인과 대학(원)생, 초.중.고생 등으로 짝을 지워 서로 도와주는 멘토링(mentoring) 시스템도 대안의 하나로 평가되고 있다. 특별취재팀 strong-korea@hankyung.com [ 협찬 : 한국산업기술재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