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삼성전자 견제에 나섰나?' 일본 D램 업체들의 통합에 인텔이 지분출자형식으로 참여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인텔의 삼성전자 견제설이 제기되고 있다. 30일 대만경제일보는 NEC와 히타치,미쓰비시 등 일본의 3대 반도체 기업이 오는 3일 D램 사업통합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며 여기엔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인 인텔도 지분참여를 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NEC와 히타치의 D램 통합법인인 업계 5위 엘피다와 미쓰비시(7위)가 통합한 후 인텔및 대만의 파워칩(11위)과 제휴한다는 것이다. 이 통합법인은 대만 파워칩의 12인치 웨이퍼 가공라인을 활용,고성능 D램 제품을 위탁 생산토록 활용할 방침이라고 대만경제일보는 보도했다. 현재 건설중인 엘피다의 12인치 웨이퍼 라인은 연구개발용으로,기존 공장은 파운드리(수탁가공생산)용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제휴선인 파워칩까지 포함할 경우 새로운 '엘피다메모리'는 세계시장 점유율이 12.7%로 높아져 인피니언을 제치고 4위에 오르게 된다. 엘피다의 경우 적자속에서 12인치 공장건설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는 등 일본업체들은 누적되는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생존차원에서 통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PC업계의 '대부'인 CPU(중앙처리장치)업체 인텔도 이 통합법인에 약 3백억엔가량 지분참여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인텔은 4자 제휴를 통해 DDR(더블데이터레이트)-2를 포함한 차세대 D램 제품의 규격을 주도하면서 시장 지배력을 장악할 의도로 풀이된다고 대만언론은 분석했다. 인텔은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인피니언 등에 의한 D램 시장의 과점체제에 불만을 갖고 지난 7월부터 엘피다와 접촉했다는 게 대만측 해석이다. 특히 삼성전자가 D램 시장을 30%가량 차지하면서 독주하고 있는 것을 우려,인텔이 견제에 나섰다는 것이다. 인텔은 최근 삼성전자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램버스D램은 차세대 제품을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었다. 램버스보다는 여러 업체들이 생산할 수 있는 DDR를 키우려는 의도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SK증권의 전우종 연구위원은 "인텔이 삼성전자의 경쟁업체를 키우려고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며 "엘피다가 파운드리로 전환할 경우 주문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석포 우리증권 수석연구위원은 "델컴퓨터가 대만의 난야테크놀로지를 지원하듯이 인텔도 파워칩과 엘피다를 키워 삼성전자의 독주를 견제할 공산이 크다"며 "삼성전자에 단기적으로는 영향이 없겠지만 향후 기술표준에서는 불이익을 안길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6∼7위 업체들의 통합은 큰 변수가 될 수 없다"며 "인텔의 삼성견제설도 지나치게 먼 미래를 두고 하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임홍빈 삼성증권 연구위원도 "일본업계는 경쟁력이 떨어지는 업체들끼리 통합하는 것이어서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한화증권 이성재 애널리스트는 전세계 D램 업계에서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중장기적으로 삼성전자의 수혜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대만증시에서는 이같은 일본 및 대만업체 통합추진설이 알려지면서 파워칩을 비롯한 D램업체들이 상한가 가까이 급등했다. 김성택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