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usinessWeek 본사 독점전재 ] 지난 1989년 톈안먼에서 학생시위가 일어났을 때 중국 정부가 시위대에 양보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정치적 혼란이 지속되고 경제는 형편없는 성과를 보였을 것이다. 충격요법을 동원하다 실패한 러시아와 달리 중국은 이처럼 기존의 법적 시스템과 정치체계의 통제를 늦추지 않은 채 점진적인 자유화를 실시해왔다. 바로 이 '점진주의'가 경제와 정치개혁 성공의 핵심으로 평가받고 있다. 70년대말 덩샤오핑이 마오쩌둥의 뒤를 이어 권력을 장악하면서 중국은 농업자유화,지방정부 및 기업에 대한 중앙통제 완화,외국인 투자문호 개방,개인사업 장려 등을 통해 점진적으로 경제를 발전시켜왔다. 이같은 정책은 현정권으로 이어져 왔고 다음 세대의 지도자들도 따를 것이다. 중국의 점진주의적 발전은 최근 들어 폭발적인 경제성장으로 나타났다. 통계가 일부 과대포장된 것은 사실이지만 70년대 중반까지 정체를 겪었던 경제가 80년대 GDP성장률이 5%,90년대는 8%를 기록했다. 주변국가들이 어려움을 겪었던 95~2001년에도 GDP가 연평균 7% 가량 성장했다. 다른 개발지표도 마찬가지다. 60년 46세이던 평균수명이 2000년 70세로 올라갔다. 미국(77) 및 일본(81)보다 낮지만 인도(63)보다는 훨씬 높다. 도시지역의 빠른 성장에 따른 불균형 확대에도 불구하고 전국적으로 빈곤층은 극적으로 감소했다. 법적 권리도 진전되고 있다. 개인들은 공공매체를 통해 정부를 직접 비판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사안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표현할 수 있다. 종교의 자유까지 실질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파룬궁에 대한 탄압은 종교차원이 아니라 이 집단이 반정부운동을 할 것이란 우려에서다. 선거제도의 민주화는 아직 찾아보기 힘들지만 이도 경제발전정도에 따라 점진적으로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농촌지역의 저성장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내이동의 제한을 빠르게 완화하는 것이 한 방법이 될 것이다. 그러나 현재 이동의 제한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도시인구 비중이 지난 60년 16%에서 2000년에는 32%로 두배 늘어났을 정도다. 국제무역 속도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으로 점차 빨라질 것이다. 물론 이는 국제금융시스템과 더욱 밀접하게 결합시켜줄 것이다. 그동안 중국이 세계 자본시장에서 상대적으로 고립되어 있었던 것은 아시아 금융위기에서 벗어나게 해준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올바른 선택이었다. 그러나 이제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 세계 금융시장과의 통합을 증진시킬 때다. 필자는 아시아 금융위기의 경험과 구 소련의 체제이행을 본 뒤 중국과 같은 점진주의가 옳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중국이 수백만명을 학살한 마오쩌둥을 아직 칭송하는 것도 과거 잘못에 대한 비난보다는 좋은 정책을 이어가려는 점진주의로 해석된다. 미국은 지금 이라크와 테러와의 전쟁을 지나치게 강조해 우호적인 세계의 발전을 잊거나 애써 평가절하하는지 모른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12억 이상의 인구와 함께 막대한 잠재력을 가진 중국이 세계시장을 향해 문을 열면서 아시아의 경제와 정치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리=육동인 뉴욕특파원 dongin@hankyung.com -------------------------------------------------------------- ◇이 글은 로버트 바로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 겸 후버연구재단 시니어 펠로가 비즈니스위크 9월30일자 'Economic Viewpoint'에 기고한 것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