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상아탑서 시장으로'] (4) '비즈니스에 사활을 건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국내외 특허 17개 획득, 전통음료와 다과류 신제품 60개 개발, 제일제당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기능성 음료 '팻다운' 공급, 외국 기업과 50만달러 상당 수출계약 체결...'
잘 나가는 벤처기업의 경영 실적을 떠올리게 하는 경북과학대 부설 식품공장의 현주소다.
이 공장은 '대학 연구소와 비즈니스의 성공적인 만남'으로 꼽힌다.
이기동 교수를 비롯한 25~30명의 교수와 석.박사들로 구성된 연구진이 '감식초음료' '홍삼음료' 등을 개발하면 학교 부설 식품공장에서 완제품으로 출시되는데 10일밖에 안 걸릴 정도로 '연구->상품화' 시스템이 본궤도에 올랐다.
신상품 기획단계부터 농협 등과 산.학 협력으로 추진하거나 지방 특화상품 개발에 목말라 있는 지방자치단체와 공동 투자 사업으로 추진함으로써 지역 시장을 미리 확보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 전략에 따라 태백시의 자금 지원으로 '감자식초', 성주군과는 '참외식초'를 개발 중이다.
기업 자금을 받아 개발한 제품은 돈을 댄 제일제당 종근당 등에 OEM으로 납품한다.
지난 8월에는 홍콩에서 열린 2002 홍콩식품박람회에 참가, 홍콩과 중국의 6개 무역업체와 50만달러 수출 계약을 맺었다.
식품공장에서 나오는 이익금은 연구개발과 장학금으로 대학에 지원된다.
내년부터 대입 정원이 수험생 수를 웃돌게 되면 가뜩이나 열악한 재정이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감이 높아지면서 대학들이 비즈니스 전선에 직접 뛰어드는 추세다.
신관호 한국대학홍보협의회 부회장은 "많게는 재정의 80%를 등록금에 의존하는 판국이라 더 이상 학부모 주머니만 쳐다볼 수 없게 된 만큼 '돈 되는 사업'을 찾아나설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창업보육센터 등을 만들어 산.학 협동으로 사업을 하거나 직접 벤처기업을 운영 중인 대학이 전국적으로 2백43개나 돼 '대학의 자체 비즈니스'는 필수과목(?)이 되고 있다.
성균관대는 창업보육센터 입주 기업마다 관련 전공교수 1명씩을 '보육닥터'로 붙여주고 석.박사 인력을 연구 보조인력으로 지원하고 있다.
생명공학을 이용해 '팬시상품'을 개발하는 업체인 '인비트로플랜트'에는 이석찬 교수(생명공학부 유전공학 전공)가 기술지도를 맡고 있다.
밀폐된 유리용기에서 장미를 키우는 기술을 활용해 올해 3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성균관대는 이 회사 등으로부터 4천만원의 발전기금과 9만주의 주식을 받아 재정에 보탰다.
교수가 직접 벤처기업을 만드는 식으로 대학이 창업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는 사례도 많다.
서강대 이태수 교수(기계공학과)는 산소발생기 개발 업체 '옥서스'의 대표이사다.
서강대 창업보육센터를 졸업한 이 업체에는 기계공학과 대학원생 5명이 연구인력으로 일한다.
서강대는 이 업체로부터 매출액의 3%를 받는다.
대학으로서는 벤처 창업을 통해 졸업생 취업, 재정 확충 등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두는 셈이다.
요즘 대학들이 '새 수익모델'로 주목하고 있는 것은 대학이 별도법인을 세울 필요 없이 기존 연구실 등을 통해 기업 활동을 할 수 있는 '학교기업'.
근거조항인 산업교육진흥법 개정안이 현재 법제처 심사를 받고 있는데 국회 통과가 확실하기 때문에 전국 대부분 대학들이 뛰어들 태세다.
숙명여대는 이런 추세에 맞춰 프랑스의 다국적 요리전문 법인인 '코르동블루'와 2백만달러 투자 협정을 맺었다.
'숙명.코르동블루 요리 아카데미'를 별도 법인으로 개설하지 않고 기존 평생교육과정에 추가하는 방식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오는 11월에는 학교 안에 '코르동블루 레스토랑'도 열 계획이다.
숙대는 앞으로 레스토랑 사업을 비롯해 요리 관련 출판사업과 요리 기자재 제작을 수익모델로 키울 방침이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