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usinessWeek 본사 독점전재 ]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1996년 12월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이란 말로 당시 미국 증시의 이상 징후를 경고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인터넷 사업으로 일확천금을 벌었다는 뉴스가 크게 보도되고,정보통신 기술은 무엇이든 해결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 확산되면서 사람들은 그린스펀 의장의 경고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급기야 주식시장은 투기적 과열현상을 경험한 뒤 급락하는 운명을 맞았다. 증시가 급락을 보일 때는 그 원인을 찾아내 해결해야 한다. 경기가 불황의 늪속으로 빠져들 때 재앙을 맞지 않으려면 문제를 고치려는 개혁 의지가 필요하다. 증시 불안의 가장 큰 원인은 투자자들이 갖고 있는 '비이성적 절망감(irrational despair)'이다. 경기가 회복되고 생산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긍정적인 소식이 전해져도 투자자들은 이를 애써 외면하고 있다. 여기엔 미국의 자본주의가 얼마나 썩었는지 연일 대서특필하는 언론과 정치인들에게도 책임이 있다. 이른바 '증시 비관주의'를 촉발시키는 행동을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센티브 차원에서 기업 임직원들에게 제공되는 스톡옵션의 운영방법을 개선하는 것도 투자자들의 절망감을 해소하는 방법 중 하나다. 스톡옵션 제도는 주가가 기업의 실제가치와 지나치게 동떨어져 있을 때 문제가 된다. 90년대 CEO들은 증시 활황에 힘입어 자신의 노력과는 상관없이 스톡옵션을 통해 횡재를 올렸다. 일부 임직원들은 회사의 수익성을 조작하는 편법을 동원,이익을 챙기기도 했다. 단기적인 기업성과에 따라 CEO들에게 스톡옵션을 제공하는 관행은 바뀌어야 한다. 주식시장의 전체적인 성적표도 함께 고려해 스톡옵션을 행사토록 구조를 재편해야 한다. CEO들은 단기적인 성과를 거두기 위해 수익을 부풀리려는 유혹이 있다. 때문에 스톡옵션의 행사 시기를 장기화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CEO와 일반 직원들간의 수당 차이도 줄여 상대적 박탈감을 줄이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업무를 보완할 독립적인 회계감시 기구의 도입도 검토해 볼만하다. 이들이 회계법인에 대해 철저히 감시한다면 과거와 같은 기업 부정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새로 도입될 회계감시 기구에 충분한 자원과 권위가 주어져야 함은 물론이다. 문화에 대해서도 점검해 보자.인간은 언제나 탐욕스러웠으며 최근 들어서는 그러한 탐욕을 표출하는 방법이 매우 다양해졌다고 그린스펀은 지적하고 있다. 욕심이란 인간의 본성이다. 인간의 욕심이 경제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고 가도록 체제를 갖추는 것도 생각해봐야 한다. 그동안 미국은 자본주의를 부흥시킨다는 목표를 끊임없이 추구하다 가치있는 것들을 많이 잃었다. 정직 공정성 평등의식 등 미국이 지켜야 할 순수한 가치들이 하나둘씩 밀려났다. 이러한 가치를 더욱 소중히 여길 때 기업회계부정 등 최근 몇년간 있었던 과욕과 기만행위가 크게 줄어들 것이다. 그동안 미국이 겪었던 고통은 더욱 바람직한 문화로 발전하기 위한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다. 정리=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 -------------------------------------------------------------- ◇이 글은 런던비즈니스스쿨의 로라 타이슨 학장이 비즈니스위크 최근호에 기고한 'After irrational exuberance,irrational pessimism'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