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장자율화 3년...중간점검] "복장자율화는 대세"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정장대신 캐주얼 차림으로 출근하는 '복장자율화'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1999년 제일제당과 코오롱이 복장자율화의 스타트를 끊은 이후 LG SK 등 재계 전반으로 '탈(脫)정장'의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다.
경영전문지 '현대경영'이 지난 6월 매출액 순위 1백대기업(금융권과 공기업 제외)의 본사 근무복장을 점검한 결과 완전 자율화를 실시한 곳은 28개사.
2000년의 12개사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
특정 요일에만 자율화를 실시하는 업체도 45곳에 이른다.
만 3년을 맞은 기업의 복장 자율화 제도에는 과연 어떤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을까.
LG정유 이욱 CC기획팀 부팀장(38), 제일제당 함수진 인사팀 대리(31), FnC코오롱 윤진원 캐주얼사업부 전임디자이너(28), SK텔레콤 노영수 무선포털사업부 직원(26) 등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참석자들은 무엇보다 일하기가 편해졌다고 입을 모았다.
"넥타이를 풀고 나니 틀에 매여 있다가 풀려난 느낌"(이욱 부팀장)이고 "생각이 자유로워져 능률도 올랐다"(함수진 대리)는 이유에서다.
대학시절부터 정장차림을 즐겼다던 입사 1년차 노영수씨는 "출근 사흘만에 캐주얼로 바꿨는데 넥타이가 그토록 사람을 죄는줄 예전엔 몰랐다"고 경험담을 소개했다.
정장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복장일 뿐 자기가 일하는 데는 결코 편치 않았다는 얘기다.
부장급 이상 간부들도 캐주얼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자율화 초기 후줄근한 옷차림으로 출근해 촌스러워 보였던 임원들도 이제는 자기연출에 신경쓰고 있다"(함 대리)는 설명이다.
심지어 머리를 염색하거나 청바지를 입는 임원들도 등장했다고 귀띔했다.
아쉬운 부분도 적지 않다.
예전엔 정장차림으로 출근하면 나름대로 자부심을 느낄 수도 있었고 회사배지를 달고 다니면서 소속감을 키우기도 했는데 이젠 그런 느낌은 없다는 것.
"부장이나 말단직원이나 구분이 가지 않아 위계질서가 무너져 보인다"(윤진원 디자이너)는 단점도 있다.
"옷차림에 신경쓰다보니 비용도 만만찮고 마땅한 옷을 찾느라 에너지를 소비하는 느낌"(노씨)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개성과 창의성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이 정도는 감내할 만하다고 참석자들은 진단했다.
반면 "가슴이 푹 파인 옷을 여직원이 입고 오면 눈 둘 곳이 없다"(이 부팀장)거나 "갑작스레 외부손님이 찾아오면 당황하게 되고 분위기도 썰렁해진다"(함 대리)는 정도에 이르면 복장자율화의 부작용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직원들이 찢어진 청바지나 반바지, 슬리퍼 차림으로 나타나기까지 하니 말이다.
"갑작스레 부음을 듣고 문상을 갈 때는 큰 실례를 저지르는 것 같다"(이 부팀장)는 지적도 있다.
기업들도 부작용을 줄이려 애쓰고 있다.
청바지, 칼라없는 티셔츠, 배꼽티 등은 금지하고 있다.
웃옷은 바지안으로 넣고 지나치게 현란한 옷은 입지 말도록 권고하기도 하다.
그러나 "일일이 규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함 대리)는게 인사팀 관계자들의 고충이다.
기혼자들 가운데는 "아내가 와이셔츠 다림질을 하지 않아도 된다며 좋아한다"(이 부팀장)는 반응이 있는 반면 "직업상 장년층과 만나야 하는 남편은 상대가 우습게 볼 것 같아 정장차림을 하도록 한다"(윤 디자이너)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논의를 끝내기 위해 결론을 유도해 봤다.
노씨는 "마음이 편하고 생각도 자유로워져 업무능률이 높아진다"며 절대찬성 입장을 보였다.
제일제당의 복장자율화 실무를 기획했던 함 대리는 "이젠 막을 수 없는 흐름"이라며 당연시했다.
이 부팀장도 "이젠 넥타이 매고 다니는 사람이 불쌍해 보인다"고 했다.
윤 디자이너는 "시간 장소 상황에 맞게 입을 수 있다면 찬성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