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박찬호 광고'가 뜨고 있다. 미국 프로야구 텍사스 레인저스의 박찬호 선수가 지난달 24일 이후 5연승을 거두면서 박 선수가 모델로 나오는 국민카드 광고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박 선수를 모델로 영입한 지 9개월 만이다. 국민카드는 지난해 11월 당시 운동선수 모델로는 역대 최고 금액인 8억원에 박 선수와 1년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박 선수의 부상과 성적 부진으로 올해 내내 심한 가슴앓이를 해야 했다. 미국에서 촬영돼 상반기에 방영됐던 TV CF '결혼'편과 '신부'편의 광고 효과는 기대 수준에 훨씬 못미쳤다. 국민카드 고객 중에는 회사에 전화를 걸어 "짜증난다"면서 당장 박찬호 광고를 내리라고 요청하는 사람도 있었다. 급기야 박 선수 영입에 앞장섰던 김승재 홍보팀장은 박 선수의 선전을 기원하며 지난 7월 초 삭발을 감행했다. 삭발 소식이 태평양 건너 박 선수에게 전해졌기 때문이었을까. 박 선수도 김 팀장처럼 머리를 짧게 자르더니 지난달부터 팀의 에이스다운 면모를 보이며 승수를 쌓기 시작했다. 이 무렵 전파를 타기 시작한 국민카드의 새 광고 '시골학교'편은 박 선수의 선전 덕에 이전의 두 편과 달리 호평받고 있다. 광고는 박 선수가 시골학교에 찾아가 아이들에게 야구용품을 나눠준다는 내용. '희망을 나눌 땐 국민카드'란 광고 카피도 부담없이 시청자들을 파고들고 있다. 국민카드 관계자는 "요즘은 광고 내리라는 전화가 한 통도 걸려오지 않는다"며 "대신 여기저기서 '광고가 좋다'는 말을 듣는다"고 전했다. 국민카드는 추석 후엔 농아 여자아이와 박 선수가 함께 등장하는 '수화'편을 내보낼 예정이다. 박 선수와 재계약하는 방안도 내부적으로 재검토하고 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