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주간지 'US뉴스&월드리포트' 9월 첫호는 96페이지 전체를 9·11테러 1주년 특집으로 구성했다. '다양성'이 생명인 미국 사회에서 한가지 이슈로 주간지 전체를 도배질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러나 '이례적'인 게 또 있다. 잡지의 돈줄인 광고를 한건도 찾아볼 수 없는 것.표지 뒷면의 무료 적십자 홍보와 끝면의 잡지구독 안내가 광고라면 유일한 광고였다. US뉴스&월드리포트의 '무광고' 편집은 서곡에 불과하다. 미국인들은 아마 9월11일 테러 1주년 당일 '광고 없는 TV'를 접할지 모른다. 짜증날 정도로 광고가 많은 미국 TV방송들이 전쟁 같은 긴급상황이 발생하지 않은 상황에서 광고를 내지 않기는 거의 사상 처음이다. 우선 기업들이 광고를 꺼리고 있다. '9·11'을 상업적으로 이용한다는 비난을 받기보다 아예 광고를 하지 않겠다는 판단이다. 코카콜라 GM 밀러맥주 AOL타임워너 닛산자동차 등 대형 광고주들이 테러 1주년 당일 무광고를 선언했다. 가장 큰 피해자였던 납치여객기의 주인공 아메리칸에어라인(AA)과 유나이티드에어라인(UA)도 광고를 하지 않을 예정이다. 이들 회사는 "그날은 상업적인 날이 아니라 추모와 존경의 날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배경을 설명한다. 방송사측 입장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테러보도 이후 CNN을 제치고 1위 뉴스전문케이블로 부상한 폭스채널은 그날 광고를 일절 내보내지 않기로 했다. 다른 방송들도 아주 제한적인 광고만 낼 방침이다. 대형 백화점 시어스로벅은 광고중단에서 한발 더 나가 자사 직원들의 텔레마케팅도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물론 광고를 하겠다는 회사도 있다. GE나 포드자동차 등이다. 그러나 이들도 회사홍보가 아니라 지난해 테러 이후 내보냈던 '애국광고'를 다시 구상하고 있다. 지난해 9·11 직후 광고가 끊겼던 3일간 하루 1억달러씩 약 3억달러의 매출이 감소했던 언론계로선 한숨이 나올 일이다. 하지만 '광고 없는 날'은 테러 1주년을 맞는 미국인들의 아픔이 어느 정도인지를 읽게 해준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