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출신들은 정치권에서도 푸대접을 받고 있다. 전국구를 포함한 국회의원 2백72명 가운데 공학과 자연계 등 순수 이공계 출신은 3.3%인 9명에 머무르고 있다. 법대 출신 31.1%, 정치.외교학과 출신 20.9% 등에 비해 훨씬 낮다. 의대 수의대 치대 약대 출신 의원보다도 오히려 1명이 적다. 이공계 출신이지만 이공계 근무경력이 전혀 없이 막바로 정계에 진출, 이공계로 분류하기에 무리가 따르는 의원들도 있다. 그나마 과학기술 입법을 주관하는 상임위원회에서도 이공계 출신들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과기정위) 소속 의원 18명중 이공계와 약대 출신은 박근혜(한국미래연합 서강대 전자공학) 김진재(한나라당 한양대 전기공학) 이상희(한나라당 서울대 약학과) 의원 등 3명에 불과하다. 법대 출신이 4명으로 오히려 1명이 더 많다. ◇ 이공계 출신들 설 땅이 없다 =이공계 출신들은 국회의원이 되기가 하늘의 별따기와 같다. 선거비용이 많이 드는 한국적 풍토에서 지역구에서 당선되기가 쉽지 않다. 지역구가 아닌 비례대표제로도 금배지를 달기도 만만치 않다. 16대 총선에서 비례대표제를 통해 국회에 입성한 과학기술계 인사는 한사람도 없다. 의학계에서는 두명이 비례대표로 뽑힌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공계 출신들은 의원이 된 후에도 전공과 전혀 관련없는 상임위에서 활동을 하기가 일쑤다. 인기가 떨어지는 과기정위를 스스로 기피하는 경우도 물론 있다. 그러나 나눠먹기식으로 상임위를 배정하기때문에 이공계 출신들이 전공이나 적성을 살릴 수 없는 경우도 적지 않다. 연세대 치대출신으로 과학기술부 장관까지 지낸 김영환 의원(민주당)도 재경위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상희 의원은 "비이공계 출신들 가운데 과기정위를 선호하는 의원들이 의외로 많다"며 "과기정위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잘못된 인식을 우선 깨뜨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 의원 입법이 잘 안된다 =80년이후 국회에서 처리된 과학기술 관련 법률은 모두 43건. 이 가운데 의원 발의로 성사된 법률은 6건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모두가 정부에서 제출한 것이다. 14대 국회(92∼96년)에서는 의원입법이 한 건도 없었다. 2000년부터 시작된 16대 국회에서도 의원 발의는 김형오 의원이 제출한 과학기술인 공제회법 1건뿐이다. 다른 분야에 비해 의원입법 건수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다. 16대 들어 지금까지 처리된 법률 4백65건 가운데 의원 입법비중은 2백2건으로 43.4%에 이르고 있다. 의약분야 출신 의원들이 보건복지위 등에서 입법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는 것과는 판이하다. ◇ 이공계출신 의원을 늘려야 한다 =이공계 출신들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그나마 관련 상임위를 기피하는 상황에서는 직능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비례 대표제를 이공계 출신의 등용문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별취재팀 strong-kor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