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따라잡기] 금융당국, 담보대출 줄이기 '칼 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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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경기 과열이 식을 기미를 보이지 않자 금융감독당국이 은행들에 대한 '창구지도'의 칼을 빼들었다.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은 지난 2일 주례 간부회의에서 "주택담보대출의 제도 현황과 운용실태를 포괄적으로 점검해 금융회사 자금의 투기자금화를 막는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금감위와 금융감독원은 이에 따라 은행별로 담보가의 70~80%까지 대출해주고 있는 주택담보대출의 담보비율을 하향조정토록 하는 방안 등에 대한 실무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국세청을 동원,투기 혐의자들에 대한 주택취득자금 출처조사에 착수하는 등 온갖 조치를 내놓았음에도 '약효'가 통하지 않자 '돈줄 제한'이라는 새로운 접근법에 눈을 돌린 셈이다.
◆주택담보대출률 내려갈 듯
현재 은행들은 아파트에 대해 시가나 감정가의 65∼80%까지를 담보율로 잡고 있다.
담보율이 80%라면 1억원짜리 집을 새로 구하거나 기존의 아파트로 돈을 빌릴 때 최대 8천만원까지 빌려준다는 얘기다.
실제로 서울 강남의 일부 지점은 7억원짜리 아파트에 대해 "5억원까지 빌려줄테니 집을 사라"며 수요를 부추기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게 금감원 관계자의 얘기다.
은행들이 기업대출이나 신용대출은 외면한 채 주택시장으로 자금을 몰아가면서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일이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게 감독당국의 시각이다.
◆건전성 감독 차원에서 접근
그러나 감독당국이 직접적으로 은행 등 금융회사의 대출비율을 규제할 수단은 없다.
집값의 몇%까지를 담보로 인정할지는 개별 은행의 영업전략이자 고유 권한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금감원은 지난 4월 '담보가치 대비 대출금액'(LTV)이라는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건전성 분류 기준을 만들어 은행들에 내려보냈다.
담보가치의 60%를 넘어서는 대출은 불량자산(고정)으로 분류토록 한 제도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초과분만큼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하게 됐다.
그러나 금감원의 이같은 조치는 별 효과를 내지 못했다.
저금리가 굳어지면서 마땅한 자금운용처를 찾지 못한 은행들이 상대적으로 이율이 높은 부동산담보대출 의존도를 더욱 높여나갔기 때문이다.
금감원이 주택담보대출 비율을 일정 수준 이하로 낮추도록 하는 직접적인 '창구 지도'에 나서기로 한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최고 80%에 이르는 은행의 담보율을 60% 안팎으로 끌어내리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와 함께 투기과열지구와 다른 지역의 담보율을 달리 적용토록 하는 지도방안도 강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