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아폴로 눈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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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과의 우주개발 경쟁에서 뒤졌던 미국이 우위를 확보하게 된 것은 아폴로계획(Apollo Project) 때문이었다.
1961년 취임한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소련의 우주비행사 가가린이 지구궤도비행에 성공하자 이에 자극을 받고 야심찬 아폴로계획을 수립한 것이다.
결국 69년 7월 아폴로 11호가 소련보다 앞서 달에 착륙하는 개가를 올리면서 우주역사는 새로 쓰여졌다.
달착륙 경쟁을 유발시켰던 케네디는 인간이 달에 내딛는 이 '거보'를 보지 못한 채 63년 암살당했다.
케네디의 사인에 대해서는 40년이 다 돼가는 지금도 미스터리로 남아 여러 얘기들이 설왕설래되고 있는 데 그중 하나가 심령술사들이 주장하는 외계인의 암살설이다.
믿거나 말거나 하는 얘기지만 우주도전에 대한 응징으로 암살했다는 것이다.
우연이지만 아폴로 11호 우주선이 달을 정복한 직후에는 급성출혈성 결막염이 전세계적으로 유행했다.
아프리카 가나에서 시작된 이 눈병은 동남아 등지로 급속히 번져나가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었다.
호사가들은 외계인이 이 병원체를 우주선에 실어 보냈다고 주장했으며 '아폴로 눈병'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도 그런 연유에서였다.
이 불청객은 74년 처음 한국을 찾아와 해마다 여름철만 되면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올해는 더욱 극심해 지금 전국에는 아폴로 눈병 비상이 걸렸다.
학생만도 5만여명이 이 눈병에 감염돼 서울을 비롯 전국 수십개 초·중·고교가 휴교에 들어갔다는 소식이다.
전염이 빠르며 보통 1주일의 잠복기를 거쳐 한 쪽 눈에 발생했다가 다른 눈으로 옮겨간다.
증세로는 눈이 충혈되고 눈물이 많이 나며 모래가 들어간 것처럼 껄끄럽고 눈이 부시다.
특효약이 없어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는 게 최상의 방법이라고 한다.
'아폴로'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12신(神) 중 하나로 다프네 카산드라 등과 사랑에 얽힌 많은 신화를 갖고 있어 우리에게는 매우 친근한 신이다.
이런 아폴로가 눈병으로 시달리는 학생들에게는 로맨틱한 이미지 대신 '고통'으로 다가와 있는 것 같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