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월드컵경기장 지붕막이 태풍에 번번이 파손되면서 그 원인을 놓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2일 서귀포시에 따르면 2002 한·일 월드컵대회를 5개월여 앞둔 작년 12월 9백27억원을 들여 3년 만에 준공된 제주경기장은 남서쪽 방향으로 초승달 모양의 지붕막이 설치됐다. 풍림산업(주)을 주간사로 해 11개사 컨소시엄이 설계부터 시공까지 모든 책임을 지고 건설하는 일괄도급방식(턴키베이스)으로 지어진 이 경기장은 제주의 강풍을 고려해 그라운드를 지하 14.5m에 위치시켰다. 어떤 시설물이든 초속 50.7m의 강풍에도 10분 이상 견디도록 설계됐다. 그러나 지붕막 19칸 1만9천7백70㎡ 가운데 왼쪽 3칸(3천4백19㎡)이 지난 7월26일 제9호 태풍 '펑셴'(최대풍속 28.7m)에 의해 파손된 데 이어 지난달 30,31일 제15호 태풍 '루사'(〃 46.8m) 때문에 인접 3칸(3천3백68㎡)도 완파돼 전체 지붕면적의 34%가 철골조를 흉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같은 지붕막 파손원인은 일본에서 제조,납품된 테프론 코팅재질의 지붕막 원단이 불량품이거나 시공상에 문제가 있었던데 따른 가능성이 가장 크다. 태풍의 위력이 강했다고는 하지만 순간 최대 풍속이 설계상 지붕막 내구한도인 초속 50.7m에 못 미쳤는데도 지붕이 잇따라 찢어지며 파손되는 사고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기장의 한 관계자는 "경기장 내부에는 태풍의 진입방향과 관계없이 바람이 도는 선회현상이 나타나는 등 풍속 측정치보다 위력이 훨씬 큰 돌풍이 형성되고 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며 "불가항력적인 재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희영 기자 song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