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자원부가 연구개발과 마케팅을 결합한 동북아 R&BD(Research and Business Development)허브 구축이라는 새로운 구상을 밝혔다. 우리나라 연구개발 여건을 선진국 일류수준으로 개선하고,국제적 차원에서 기술개발과 사업화를 전개하며,외국 일류기업의 R&BD 지역센터를 유치하겠다는 것이 주된 골자다. 이 구상은 과연 가능성이 있는 것이며 또 그렇게 돼야만 하는 것일까. 다국적 기업들이 해외 곳곳에 R&D 센터를 설치하고 꼭 다국적 기업이 아니라도 국제적 차원에서 기업간,기업과 정부간,기업과 대학간 연구개발 협력이 갈수록 증가하는 현상은 결코 새삼스런 것이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는 이미 이를 '연구개발 국제화'로 이름짓고 그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OECD가 처음 이런 흐름을 감지했을 때만 해도 무역과 자본을 중심으로 하는 세계화의 일반적 프로세스에 비해선 미미할 걸로 생각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 본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미국내 R&D투자에서 외국기업의 비중은 이미 오래 전에 15%를 넘어섰고 그 절대적 규모는 우리나라 전체 R&D 투자액을 훨씬 초과한다. 제조업 R&D에서 외국인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아일랜드는 70%에 육박하고 네덜란드는 40%,캐나다와 영국은 30%를 넘어섰다. 일본의 2% 수준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우리는 가능성이 있을까. 최근 들어 화학회사 머크,반도체 메이커 페어차일드,자동화기기 업체 하니웰 등 다국적 기업들이 잇따라 한국에 연구개발센터를 설립하고 있다. 또 한국을 신기술ㆍ신제품의 테스트베드로 생각하는 세계적 IT 업체들이 늘고 있는 걸 보면 전혀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닌 것 같다. 한국을 선택한 것과 관련해 인력 구매력 기술 통신인프라 등 나름대로 여러 이유를 들지만 주목할 것은 하니웰의 지적이다. "일본은 기술은 있지만 유지비용이 비싼데다 정체 시장이고 중국은 넓지만 인프라와 인력수준이 낮다"는 것이다. 우리가 하기에 따라선 그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얘기로 들린다. 가능성보다 더 절실한 것은 그렇게 나가야만 한다는 당위론일지도 모르겠다. 한ㆍ중ㆍ일 무역구조가 보여주듯 향후 동북아 분업구조가 한국은 무슨 산업,중국은 무슨 산업,일본은 무슨 산업식이 되리라고 보는 이는 거의 없다. 무슨 산업이 됐건 '산업내 무역'에서 R&D 디자인 설계 마케팅관련 지분을 점하지 못하면 설땅이 없을 것이란 얘기다. 장차 동아시아 자유무역지대까지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연구개발을 중심으로 산업의 역동성이 보장되면 금융이나 부대적 서비스는 그렇게 하지 말라고 해도 모이게 돼 있다. 하지만 그 역은 성립하기 힘들다. 작금에 여러가지 허브 얘기들이 나오지만 방향만큼은 제대로 잡은 것 같다. 논설ㆍ전문위원 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